[투데이포럼]유익환 충남도의회 제1부의장

우리가 겪는 기상재해 중 가장 무서운 것은 다름 아닌 '가뭄'이라고 한다. 태풍이나 폭우가, 일시에 닥쳤다가 지나가는 것이라면 가뭄은 알게 모르게 다가와 결국은 대기근을 유발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최초의 일류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이 때문에 사라지고 말았다니, 그 위력은 인류사를 바꾸기도 한다. 오죽해야, 하다하다 못해 임금이 무릎을 꿇고 기우제를 올렸을까? 수리시설이 부족했던 옛일이기는 하지만 하늘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군주의 머리까지 조아리게 한 것이다.

요즘 전국이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 충남 일부 지역은 식수도 모자랄 정도로 심각하다. 농업·공업용수 공급도 문제다. 이럴 때 농사를 겸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논과 밭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심경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럴 때 떠오르는 것이 물을 다루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다. 삼국시대부터 벽골제 같은 대형 저수지를 조성하여 물을 모아두었던 선조들이다. 마을마다 작은 웅덩이를 파 가뭄에 대비했다. 모내기한 논에는 바릿대를 하여 물이 새나가는 것을 막았다. 지대가 높아 물길이 닿지 않는 위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 용두레와 무자위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 바로 우리가 이러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당장은 조금 여유 있는 곳의 물을 부족한 지역에 나누어 공급하는 방법도 있고 관정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물 관리 체제를 정비하여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은 해가 갈수록 빈번하게 발생하고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아직 물이 극심하게 부족하지는 않다. 어디선가는 낭비되고 있는 물이 있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저류시설과 공급 체계를 선진화해야 한다.

물을 사용하는 주민의 생활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물 쓰듯 한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상당한 값으로 물을 사 먹고 있다. 최근 절수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닥칠 물 부족 시대를 대비해서 물 아껴 쓰기를 실천해야 한다. 설거지 한 물로 청소하고, 그 물로 미나리를 키웠던 조상들처럼, 물의 재사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천수답을 짓던 시절, 농부들은 논의 물꼬를 생명 같이 여겼다. 처마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그 한 방울도 아껴 썼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농부들이 가뭄으로 애타는 일이 없도록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한다. 피땀으로 지은 농작물을 그냥 말라죽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정성과 노력이 알찬 열매를 맺어 우리의 소중한 먹을거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판을 보며, 우리 농민들의 마음속에도 희망의 빛이 들도록 모두가 가뭄 해결에 나서야 한다. 더욱 풍요로운 나날을 위해 다 함께 오늘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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