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소년원 자원봉사 송헌일 씨]
1970년 수업강사 지원 계기
서울서 매주내려와 심성교육
소년원생 44명 고시 합격도
“변화하는 모습보면 뿌듯”

▲ 대전소년원에서 40여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송헌일 씨의 모습.
“서울 할아버지 오셨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해주 실 거예요?”

대전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들뜬 마음으로 그를 기다린다. 40여년 동안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숨은 천사 송헌일(88) 씨이다. 송 씨는 소년원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며, 듬직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서울 할아버지’로 통하는 송 씨는 매주 빠짐없이 서울에서 대전까지 방문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심성교육을 하고 있다. “수업은 아이들과의 약속인데, 못 걸어 다닐 때까지 와야죠”라며 호탕하게 웃는 모습에서 아이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헌신이 느껴졌다.

출판사를 운영하던 송 씨는 검정고시 책을 주로 출판했는데, 1970년 인천소년교도소에서 책을 기증해주고 수업 강사를 지원해주던 것이 계기가 돼 소년원 자원봉사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이런 열정으로 1976년에는 무려 소년원생 44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송 씨가 열정을 태우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송 씨는 “과거 아이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며 “열차사고를 당하면서 그 후유증으로 교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라고 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도 전국의 소년교도소와 소년원을 다니며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송 씨의 이러한 열정은 아이들의 굳게 닫친 마음을 열어주는 계기 역할도 했다. 그는 “사회로 나간 아이들 몇몇이 나를 잊지않고 찾아올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5년 전에는 교육을 받던 제자가 결혼해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선물을 사오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송 씨는 지금도 사회로 나간 아이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지도상담을 통해 그들을 보듬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송 씨는 “가정법원에서 위탁처분을 받고 온 아이들은 3주 간의 교육을 받는데, 4주 이상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울 때가 많다. 그럴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전했다.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작은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오고 있는 송 씨를 통해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한편 대전소년원은 지난 8일 40여년동안 소년원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해 온 송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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