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 서예이야기]〈비방하는 글을 적은 나무〉

요(堯)·순(舜) 두 임금은 고대 중구인의 소박한 사념(思念) 속에서 태어난 이상적인 성천자(聖天子)다. 물론 이들은 전설시대의 인물이기에 그 역사적 실제성을 의심하면 얼마든지 의심할 수가 있다. 요순 말살론은 이미 역사학의 상식이라 해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고서(古傳古書)를 통해 요순의 존재는 고대인의 가슴 속에서 말살되기는 거녕 뚜렷하고 선명하게 이어오고 있다. 제요 도당씨(帝堯陶唐氏)는 성이 이기(伊祁), 이름은 방훈(放勛)으로 인(仁)은 하늘(天)과 같고, 지(知)는 신(神 )과 같으며 자비심이 지극한 총명했다. 천자로서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이상 정치를 펴 사람들로부터 추모 받고 있었다. 그의 주거(住居)는 끝도 다듬지 않은 갈대 지붕이고, 겨우 세층의 흙 계단이 딸린 보잘 것 없는 조출한 집으로서 부유해도 남에게 뽐내지 않고 귀(貴)해도 남을 깔보지 않으며, 오로지 정치가 올바르게 될 것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정사가 자기 혼자만의 생각이면 혹 잘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궁문 입구에 커다란 북을 매달아 놓고 다리 앞에는 4개의 나무로 엮은 기둥을 세웠다. 북은 ‘감간의 북’(敢諫之鼓)이라 이름해 누구라도 요의 정치에 불비한 점을 발견한 자는 그 북을 쳐서 거리낌 없이 자기의 의견을 말하도록 했고, 기둥은 ‘비방의 나무’(誹謗之木)라 칭해 누구라도 요의 정치에 불만이 있는 자는 그 기둥에 불편이나 불만을 써 붙여서 자기의 희망을 주장하도록 했다. 항시 국가 발전을 위해 어느 곳이든 민의를 반영한 신문고 울림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

<국전서예초대작가·前대전둔산초 교장 청곡 박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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