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경철수 충북본사 경제부장

충청지역 경제단체 맏형격인 청주상공회의소와 대전상공회의소가 최근 잇따라 발표한 기업경기전망지수(BSI)가 2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한풀 꺽이는 형국이다.

충북의 올 4분기 BSI는 86으로 전분기(94)에 비해 8p(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대전지역도 마찬가지로 지난 3분기 보다 3p 낮아진 95를 기록했다. 대전지역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충북보다 나은 것으로 조사되긴 했지만, 낙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BSI 지수가 여전히 100미만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충청권 기업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중국경제의 부진, 환율불안 등 불안정한 경기가 지속되고, 소비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것도 대기업(13p↓)이 중소기업(7p↓) 보다 체감경기를 더 부정적으로 봤다. 이들은 기업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 여건으로 국내 소비시장 둔화(52.5%), 중국 등 교역시장 둔화(21.3%) 등을 꼽았다. 정부에 바라는 정책과제로 수많은 기업들이 내수진작(64.6%)과 자금난 해소(15.8%), 규제개선(10.8%) 등을 꼽았다.

사실, 기업들이 바라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 속에는 소비위축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설비투자 위축으로 인한 기업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배어있다. 그나마 이런 기업들의 우려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배려해 지난 추석명절을 전후해 ‘코리아 그랜드 세일’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란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내수경기진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모처럼 살아난 소비심리도 기업이 나서 신상품을 대폭 할인해 소비진작에 나서는 미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한국은 유통업체들이 나서 이월상품위주로 취급하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질시와 함께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연출돼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에 온 국민이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요즘 불황이 만든 신조어들이 온라인(인터넷)과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떠돌아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실업 등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불황이 만들어 낸 웃지못할 신조어들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보증금 없이 몇달치 월세를 미리 내는 ‘깔세’,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금융지원을 받아 계속 연명해 나가는 ‘좀비기업’, 인문계 출신 90%가 논다는 ‘인구론’, 문과여서 죄송하다는 ‘문송’, 지방 여자 인문대생을 일컫는 ‘지여인’ 등이 많이 쓰이고 있다. 또, 3포(연애 포기·결혼 포기·육아 포기)를 넘어 취업 포기·인간관계 포기·내집 마련 포기까지 더한 ‘6포 세대’란 말이 암울한 작금의 청년세대를 대변하고 있다.

이런 불황의 그늘이 만들어낸 신조어를 접하면서 문득 1997년 6월 군 전역을 앞두고 ‘압구정 오렌지족’이란 신조어를 접하면서 화려한 사회로의 컴백을 꿈꾸던 기자에게 그해 11월 청천벽력과도 같은 IMF(국제통화기금)의 원조 소식이 전해지던 때가 생각났다. 언제쯤이면 다시금 황금시대를 일컫는 신조어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살게될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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