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
평생교육진흥원 배달강좌 인기, 9월기준 18강좌 159명 수강
고령에도 격려하며 열정다해, 간판 읽으며 얼굴에 ‘웃음꽃’

▲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의 배달강좌 한글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할머니 모습.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제공
“뜻을 알고 나니까 한글이 이렇게 아름다웠던 글자였네요. 마치 눈에 꼈던 안개가 걷힌 것 같이 시원한 기분이에요.”

대전 동구 세천동에 사는 김국미(71·여) 할머니는 세천경로당에서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한글교육을 받고 있다. 우연히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배달강좌 홍보물을 보게 된 김 할머니는 그 후로부터 모집인원을 채우기 위해 동네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한글을 모르는 데다가 강좌신청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도 이용할 줄 모르다보니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서야 신청할 수 있었다. 체면 때문에, 그리고 나이 때문에, 이런저런 사유로 한글교실 참여에 난색을 표하던 어르신들도 지금은 수업이 다 끝나도 집에 가지 않을 정도다.

모두 70~80세 나이로 남보다 늦게 배움의 문을 열게 됐지만 어르신들은 그만큼 더 서로를 격려해가면서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우리 나이에 못 배운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닌데도 아직 체면때문에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아직 자녀에게 편지를 써주고 할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지만 한자 씩 글자를 익혀나가는 과정이 매우 행복하다”고 얘기했다. 배달교실을 통해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추세다.

2013년 12강좌 118명에서 지난해 18강좌 130명, 올해(9월 기준) 18강좌 159명이 열심히 한글을 배우고 있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 김은정 배달강좌 담당자는 “시내권으로 나가서 강의를 듣기는 어렵고 야학을 찾아가기에는 다소 부끄러워하시는 분들이 배달강좌를 통해 한글 수업을 많이 듣고 계신다”며 “배움의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그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고 말했다. 대전평생학습관의 문해교육 프로그램도 한글을 익히고자 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뜻깊은 배움의 장이 되고 있다.

평균 65~75세 사이의 고령자들로 꾸려져 계단을 올라갈 때에도 난간을 잡고서야 올라갈 정도이고 병치레도 잦지만 결석을 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해교육 김정휘 교사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깨치고 간판을 읽으시게 될 때 매우 즐겁다고 하신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한글을 배우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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