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 위한 동행
이인선 대표
악성채무자 파산 절차 위해 나서
경쟁사회 누구나 꼴찌될 수 있어
비난 앞서 생업종사 적극 도와야

"파산은 인생의 실패가 아닌 '새로운 출발'입니다."

악성채무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파산 절차를 돕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동행' 이인선 대표<사진>는 "경쟁사회에서는 누구나 '꼴찌'가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동행'은 개인 파산자에게 도덕적 비난을 하기에 앞서 그들이 건전한 근로의식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다. 최근 들어 개인회생·파산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이 즐비하게 생겨나고 있는 것과 달리, 파산신청자를 아무런 대가 없이 돕는 개인이나 단체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인선 대표는 빚 독촉에 허덕이는 신용불량자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이 대표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빚에 쪼들려 변호사 수임료조차 낼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다른 빚을 갚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30%에 가까운 이자를 감당치 못해 파산을 결심한다고 한다.

지난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500만원 이하의 채무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모두 46만명이다. 이는 전체 신용불량자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이처럼 소액 대출로 고통 받는 사람이 많은 데도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문은 여전히 좁아지고 있다. "5년 전에는 파산 신청을 하기가 비교적 쉬웠지만 지금은 심사과정이 까다로워졌어요. 제도의 남용을 막고자 강화된 요건 때문에 정작 파산이 절박한 사람들만 힘들어졌죠."

지난해 청주지법에 접수된 파산신청은 1100여건으로, 2010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파산 신청자가 이처럼 줄어든 것은 빚진 사람들의 형편이 나아졌다기보다는 파산 절차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분석이다.

파산을 할 경우 채무자가 제출해야 할 서류는 무려 50여부. 그 중에는 이혼한 배우자의 개인정보와 재산 목록 등을 요구하는 서류도 포함돼 있다. 이 대표는 “한국의 정서상 이혼한 부부는 서로 연락을 끊고 사는 게 보통인데, 파산 때문에 이혼한 배우자에게 이런 서류를 떼오라고 하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파산 절차가 어려워진 까닭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파산을 도덕적 해이와 같은 개인의 문제로 보는 인식이 파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산은 개인의 게으름의 결과가 아닌, 경쟁사회의 그늘입니다. 경쟁에 패한 이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보다는 한번 더 기회를 주자는 것이 파산제도의 목적이죠."

함문수 기자 hm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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