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안경전의 9000년 한민족사 이야기21

이 같은 신교문화를 바탕으로 『환단고기』에 일관되게 흐르는 한민족사 9천 년의 역사문화 정신을 한 단어로 표현한 것이 그동안 여러 차례 이야기한 환(桓)입니다. 『태백일사』의 「환국본기」 끝부분에 "환자(桓者)는 전일야(全一也)요 광명야(光明也)"라고 했습니다. 환이란 우주만유와 온전히 하나 됨이요 광명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또 '전일(全一)은 삼신의 지혜와 능력이요 광명은 조물주 삼신의 참된 덕이다'라고도 합니다. 광명 곧 삼신의 덕을 체험해서 광명이 우리 인간의 몸에 들어오면 만물과 하나가 되고 온전한 존재가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마음속 모든 갈등과 시비심, 번뇌와 고뇌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역사가들은 그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또 이성적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서 이러한 신교문화, 광명문화에 대한 모든 것을 부정합니다. 이러한 신관(神觀)과 인간론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부정하는 까닭에 오늘 인류는 정신적으로 방황합니다. 가장 숭고해야 할 인간의 내면 가치와 그것을 둘러싼 생태가 파괴되고 문명의 총체적 위기를 겪게 됐습니다.

-"신교의 신은 곧 삼신상제님"이라고 하셨는데 삼신과 상제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환단고기』를 읽을 때는 단순히 한문으로 된 그 내용을 번역 또는 해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한민족과 인류의 9천 년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어가 뭐냐, 과연 우리 한민족의 정신과 역사와 문화를 압축할 수 있는 키워드가 뭐냐, 그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단고기』의 내용을 바로 볼 수 있고 한민족사에 대한 진정한 통찰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인과 한국사를 관통하는 문화코드는 과연 무엇이냐? 물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삼신(三神)'입니다. 여기에는 광대한 우주와 대자연의 창조법칙, 신관과 인간관이 다 들어 있습니다. 특히 이 삼신에서 삼(3, 三)이라는 숫자를 주목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주의 법칙을 나타내면서 모든 만물이 생겨나고 그것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배후의 손길, 곧 신의 존재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삼신은 '세 분의 신'이 아닙니다. 원래는 일신(一神) 곧 한 분이신데 실제세계에는 3가지 현상 또는 3가지 구조, 3가지 특성으로 당신을 나타내시는 까닭에 삼신이라 합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조화신(造化神), 문명을 일으키는 교화신(敎化神), 역사를 이끌어가는 치화신(治化神)이 그것입니다. 삼신은 우주의 근원인 '원신(元神)'으로 얼굴이나 형체가 없는 무형의 신입니다. 그런 삼신의 조화 권능을 그대로 쓰면서 우주의 운행과 대자연의 질서, 인간 역사를 직접 주재하는 인격신이 계십니다. 이 분을 '주신(主神)'이라 하는데, 우리 한민족은 이 분을 예로부터 삼신상제님 또는 줄여서 상제님이라 불러 왔습니다. 상제님이란 다름 아닌 하느님입니다. 동서양 인류가 한결같이 불러온 그 하느님을 한자로 상제님이라 한 것입니다. 『태백일사』의 첫 책인 「삼신오제본기」를 보면 그 첫 페이지에 '삼신즉일상제(三神卽一上帝)'라고 쓰였습니다. 무형의 신, 곧 삼신의 권능과 우주의 모든 진리는 이 현상계를 다스리는 한 분 상제님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을 선포한 대목입니다. 신교는 이처럼 삼신상제님에서 모든 이야기가 출발합니다. 신의 가르침으로 사물을 보고, 신의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고, 신의 가르침으로 국가제도를 만들고, 신의 가르침으로 역사를 판단하고 끌어가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신의 가르침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신교입니다.

-삼신 또는 원신(元神)이란 존재가 그래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이 삼(3)이란 숫자를 완전수(完全數)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2,500년 전 인물로 서양 문명의 아버지로 추앙되는 수학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가 있습니다. 그의 고향인 그리스의 외딴 섬 사모아 바닷가에 그 사람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 동상에 붙인 설명문에 보면 '삼은 우주의 중심수다'라고 쓰여 있어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바로 이 삼(3, 三)을 이해하는 것, 삼의 정신을 깨닫는 것, 그 속에 담긴 진리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이 인류의 창세역사와 원형문화를 보는 길이 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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