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형 대전 천양원 원장
1952년 전쟁고아 280명 시작
현재 1350여명 아이들 거쳐가
더 좋은환경 위해 후원자 중요
정기소액후원자라도 늘었으면

▲ 추석을 앞두고 만난 천양원 이연형 원장이 정기후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노진호 기자
대전 유성구 소재 천양원은 설립자인 故 유을희 전도사가 6·25전쟁 중인 1952년 3월 전쟁고아 280여명과 함께 그 역사를 시작해 현재까지 1350여명의 아이들이 거쳐 갔다. 현재 천양원에서는 총 51명이 생활 중이며, 생후 한 달된 아기부터 대학생까지 그 연령대도 다양하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꿈꾸는 아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 천양원 이연형 원장(73)을 만나봤다. 이 원장에게 천양원은 고향이며 어머니다. 그는 “전쟁 중 부모님을 잃고 11살 때 동생과 이곳에 왔다. 여기서 대학도 다니고 일하며 1992년부터 원장을 맡고 있다”며 “젊었을 때는 이곳에서 일하기 싫었다. 충남대에 다닐 때도 아이들을 돌보느라 다방 한 번 제대로 못 갔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받은 사랑을 갚아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故 유을희 전도사가 그랬던 것처럼 이 원장은 이곳 아이들에게 아버지이며 친구고, 그만큼 애착도 크다. 이 원장은 “예전에는 18살이 되면 시설에서 나가야 했지만, 18살이라는 나이는 홀로에는 너무 이르다”며 “한국아동복지연합회 정책위원장으로 있던 2007년 3월 학업이나 장애 등의 조건에 따라 24세까지 더 있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1년간 노력한 성과”라고 말했다. 천양원은 예전에는 버려지거나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가정이 해체돼 맡겨지는 ‘사회적 고아’가 더 많다.

이 원장은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 주는 게 중요하다. 다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보호자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며 “우리가 아이들을 잘 치유해야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양원에 대해 헐벗고 굶주린 예전 고아원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천양원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면 음악도 하고 운동도 한다.

이 원장은 “올해도 비올라, 유도, 뮤지컬 등 자신의 특기를 살려 대학에 합격한 아이들이 있다”며 “자기 길을 잘 찾아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을 위한 더 좋은 환경을 위해서는 후원자 개발이 중요하다. 소액이라도 정기후원자가 늘어야 한다”며 “전체 예산의 20% 이상은 정기후원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추석, 천양원 아이들은 부모나 친척이 있으면 집으로 가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이곳에 남아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계획이다.

이 원장은 “명절이라 평소보단 찾는 이가 많지만, 예전만 못해 너무 아쉽다”면서 “시설 인력보강을 위한 관련법이 통과됐는데 지자체는 예산 탓만 하며 실천을 안 한다. 이래저래 힘들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지난해 새 건물 2개동을 지어 생활환경이 좋아졌다. 이제 심리치료 공간 확충 등을 위한 본관 증·개축만 남았다”며 “아마도 천양원에서의 내 마지막 꿈이 될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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