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안경전의 9000년 한민족사 이야기20

유럽인이나 미국인의 의식에는 기독교문화가 깔려 있다. 불교 유교 도교의 역사가 혼재한 중국은 그 바탕문화를 들여다보면 도교문화다. 인도 이야기에서 힌두교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한 민족, 한 국가의 역사는 '종교'라는 창을 통해야 제대로 들여다보인다. 마땅히 한민족에도 그 9천 년 역사를 지탱해온 종교문화, 정신문화가 있다. 그것이 신교(神敎)다.

-그동안 여러 차례 대담 중에 빠짐없이 나왔던 단어가 '신교'입니다. 오늘은 신교에 대한 말씀을 듣겠습니다. 먼저 역사와 종교의 관계부터 이야기하는 게 순서일 것입니다.

안타까운 얘기로 시작해야겠습니다. 지금 우리 역사학계 교수님들이 대개 하는 말이 '역사는 역사로 봐야지, 거기에 무슨 종교 이야기냐'는 것입니다. 과연 그 사람들이 정말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한마디로 역사 그리고 문화의 근원은 인간의 영적 깨달음 곧 영성(靈性) 또는 종교에 있습니다.

거칠게 단순화하면 유럽이나 미국의 전통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그 바탕에 기독교문화가 깔려 있습니다. 동방은 또 어떻습니까. 대체로 불교, 유교, 도교문화입니다. 가령 인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힌두교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역사와 전통과 문화의 근저에는 종교가 있습니다. 인류 창세문화의 근원, 나아가 역사를 이끌어가는 바탕의 힘이 바로 종교인 것입니다. 마땅히 그런 종교 또는 영성의 측면에서 인류 전체 또는 각 민족의 역사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집단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 집단의 바탕의식을 이루는 영성문화, 종교문화를 파악해야 합니다.

-역사가들은 대체로 고대 인류 종교를 말할 때 샤머니즘부터 말합니다.

그런 경향이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다른 예를 들 것도 없이 한민족의 전통이나 문화를 다룬 세계 여러 나라의 책이나 자료들을 보면 샤머니즘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당장 미국 영화에 등장하는 인디언들의 전통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떠올려 보세요. 그저 단순히 비과학적인 민간신앙이다, 굿이다, 민간의술이다… 주로 야만성과 비합리성을 드러내는 쪽으로 굴절돼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 중세 이후 제국주의시대 이래로 서양이 동양으로 지리와 세력을 확장하고 자본주의 시장을 확대하면서 동양문화를 폄하한 것입니다. 기독교문화를 퍼뜨리고 오리엔탈리즘을 야만시하면서 동양 혹은 비서구권을 지배하고 억압하려는 사고(思考)의 산물입니다. 사실 제대로 공부해 보면 동방의 영성문화란 것은 이른바 서양의 합리성이나 실증주의 같은 것을 압도하는 놀라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단 그런 전통이나 문화를 무속신앙, 샤머니즘이란 말로, 그것도 '학술적으로 포장'해서 낮춰 말합니다. 환국, 배달, 조선 이래 9천 년 한민족사와 전통을 이끌어온 위대한 영성문화, 신교 역시 한낱 샤머니즘으로 매도되고 폄하돼 왔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역사 왜곡 사건이 숱하게 벌어져 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한민족의 위대한 깨달음이자 생활문화의 바탕인 신교의 전통, 신교문화가 제 자리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야말로 심각하고 중대한 역사 왜곡입니다.

-신교와 샤머니즘은 어떻게 비교해서 말할 수 있습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먼저 독일의 역사학자 홀거 칼바이트 Holger Kalweit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칼바이트는 『Shamans, Healers and Medicine Men』이라는 책에서 "인류의 고대 영성문화에는 단순히 점을 치고 병이나 고치는 블랙(black) 샤만뿐 아니라 맨 몸으로 직접 하늘을 오르내리는 화이트(white) 샤만이 있었다."고 갈파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지자나 성자, 영성 능력자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저 하늘은 물론 바다 속과 땅 속 세계까지, 그야말로 천지를 자유자재 오가던 화이트 샤만 시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무당을 가리키는 블랙 샤만을 넘어 고대 인류는 우주의 광명을 내려받아 신성(神性)이 열리고 영성을 틔워, 그 자신이 곧 광명한 존재로 살았던 화이트 샤먼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환단고기』가 드러내 확연히 보여주는 한민족의 뿌리 깊은 영성문화, 종교문화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한민족이 처음 세운 나라인 환국 시절부터 지도자와 백성들은 조물주, 삼신상제님의 가르침을 받고 대우주의 광명을 내려받아 밝은 존재로 살았습니다. 신의 가르침을 받아 나라를 끌어가고 광면한 존재로 삶을 꾸려가는 전통과 생활문화, 바로 그것이 신교의 전통, 신교의 문화입니다.

-이제 좀 더 자세히 신교란 어떤 종교 혹은 어떤 문화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신교는 이신설교(以神設敎)를 줄인 말입니다. 조물주 삼신(三神)의 가르침을 베푼다는 뜻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삼신의 가르침으로 나라를 경영하고 삶을 이루어나가는 것, 그것이 신교입니다. 또한 신교는 대우주와 천지를 받들고 그것을 주재하시는 삼신상제님을 받드는 신앙이자 종교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환단고기』가 전하는 한민족과 인류 모체(母體)종교의 이름입니다. 『주역』의 관괘(觀卦)에도 보면 '이신도설교(以神道設敎)'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옛 성인들은 신도(神道)로써 가르침을 열고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면밀히 따져보면 사실 한민족을 포함해 지구촌 전체, 동서양 사대문명이란 것도 결국 계시(啓示)종교, 계시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신탁(神託), 은나라의 갑골(胛骨) 등등 그 사례는 숱하게 많습니다. 이것 역시 뭉뚱그려 보면 신교의 계시문화, 신교문화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신교라는 것은 '만물 생성의 이면에서, 개별 사물이 성립하고 굴러갈 수 있도록 신성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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