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3년 만에 모인 6용사 한자리에서 영면
대전현충원 합동묘역 만들어
연평해전 전사… 묘비 새 문구
추도사·헌화… 최고예우 갖춰
용사들 이름 불릴때마다 오열

▲ 제2연평해전에서 북한군과 전투 끝에 전사한 '6용사'들이 13년 만에 한 곳에 잠들었다. 21일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서 열린 합동안장식에서 유족들이 묵념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21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제4묘역(413묘역). 
최윤희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와 보훈단체 관계자, 유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어느 때보다 엄숙한 ‘합동묘역안장식’이 거행했다. 이날 안장식은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 해군과 치열한 전투 끝에 전사한 6명의 용사가 13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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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중사가 묘역의 앞줄에, 그 뒤로 서후원 중사, 황도현 중사, 박동혁 병장이 차례로 안장됐다. 묘소 마다에는 ‘2002년 6월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라고 아로새겨진 묘비가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묘역을 새로 꾸미며 '연평도 근해에서 전사'라고 새겨져 있던 문구를 고친 것이다.

연평해전 6용사는 그동안 계급, 전사자 인양과 사망 시점 등의 차이로 장교·사병묘역 등 4곳으로 분산 안장돼 있었지만, 최근 정부는 이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합동묘역을 조성하고 이날 안장식을 가진 것이다. 합동 안장식은 영현에 대한 경례, 종교의식,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조총 발사 및 묵념 등 순으로 최고예우를 갖춰 진행됐다.

군 의장대의 연주와 함께 합동 안장식이 시작되면서부터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박승춘 보훈처장의 추모사가 진행되면서 용사들의 이름이 하나씩 불렸다. 이름이 호명 될 때마다 유가족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훔쳤다.

다음으로 유가족과 최윤희 합참의장, 이명현 대전보훈청장, 보훈단체기관, 영화 ‘연평해전’ 관계자 등은 헌화 및 분향이 진행했다.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은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고 힘써줬기 때문에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영화 제작에 도움을 주셔서 희생자를 기억할 수 있게 한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3발의 조총 발사를 끝으로 공식 안장식은 30여분만에 마무리됐지만 유족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하나같이 묘비를 부여잡고 아들이 묻힌 흙바닥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랑스러운 내 아들아, 이곳에서 편히 쉬어라…” 안장식 동안 참았던 눈물은 끝내 통곡으로 변했다.

안장식이 끝나고 모두 떠난 12시경. 6명의 용사 묘비 앞엔 덩그러니 놓인 꽃들이 사진속 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있었다. 한편 제2연평해전은 2002년 국민 관심이 한·일 월드컵 3·4위전에 쏠린 날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2척이 해군 참수리-357호정에 기습공격을 가하면서 발발했다. 이로 인해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으며, 북한 경비정에서는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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