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위조·"S대 교수출신"

지폐와 달리 채권은 정교하게 위조할 경우 육안식별이 불가능해 진본을 가려내기가 어렵다.

경찰 관계자조차 이날 압수한 위조채권과 진본을 구분키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만일 피해자들이 사기단의 행각에 일말의 의심을 품었다 하더라도 은행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채권 번호만으로 진본 여부를 확인했다면 속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채권의 위조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판별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은 '재력을 겸비한 지성인'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에 혹했기 때문이다.

사기단은 중부권 골프장을 무대로 여성들에게 접근 "S대 출신의 유망한 사업가"라고 속여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최고급 자동차에 수행비서를 대동한 사기단은 서울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1개의 여관이 있다는 사탕발림으로 위조채권을 담보로 돈을 뜯어냈고, 사기단의 외양에 속은 피해자들은 별 의심없이 거액을 선뜻 내놓았다.

피해자 중 2명은 사기단과 결혼까지 약속해 카드 발급은 물론 아파트 근저당으로 현금까지 마련해 주는 정성을 보였다.

유통책 김모씨가 가명으로 만든 Y기획 명함에도 S대 로고가 정중앙에 박혀 있으며, 감언이설에 속은 미혼여성 22명은 자신들의 미래를 Y기획에 담보했다.

쉽게 사취한 5억원이라는 거액은 또 다른 사냥감의 미끼로 사용됐지만 사기극의 끝은 보이질 않았다.

유통된 위조채권 중 회수되지 않은 것이 많아 경찰이 확보한 피해자 8명 이외에도 이들의 마수에 걸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조전문 사기단의 채권 위조사건은 교묘한 위조기술과 기형적인 학벌 및 황금만능주의가 양산한 사기극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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