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진에게 자리를 터주기 위하여 또는 건강상이나 개인적인 사유로 명예퇴직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온당해 보인다. 그런데 이 취지에 반해 명예퇴직하는 교원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명예퇴직금 예산부족으로 명퇴신청자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고 보면 명예퇴직의 순수한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이렇게 명예퇴직으로 명예퇴직 수당을 받은 교원들이 다시 기간제교사로 취업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유가 여하튼 간에 교단을 떠난 사람이 곧바로 교직에 복귀하고 그것도 퇴직한 그 학교에서 일한다는 사실은 어느 모로 보나 온당치 않다. 교육자로서 20년 이상 한평생 외길을 걸어왔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그런 변신을 허락하지 않을 듯싶은데 전국의 기간제교사 4만633명 가운데 명퇴자 재취업이 평균 6.15%라는 사실은 우리 교육의 현실과 위상을 돌이켜 보게 한다.

일단 명예퇴직을 했다면 다른 직종에 재취업하거나 교단의 경륜을 살려 사회에 봉사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연금이외에 거액의 명퇴수당까지 지급하지 않았겠는가. 기간제교사 재취업 시 14호봉을 인정받아 월급여가 293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일선 학교에서도 기존 교사들의 휴직이나 기타 사유로 기간제교사가 필요할 경우 손쉽게 안면이 있는 과거 동료교사들에게 권유하는 관행 역시 바꾸어야 한다. 전국 여러 지역이 초등교사 임용대기자가 한명도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교육부가 보다 다양한 채널의 초등교원 양성 방안이나 교사수급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일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충남교육청과 충북교육청은 지난해 각기 288억, 292억원을 명퇴수당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기간제교사 재취업이 이 막대한 예산의 의미와 효용성을 희석시키는 어리석은 조치가 된다면 이번 기회에 명퇴교원의 기간제교사 임용을 금지하고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강구하는데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일단 자의로 교육현장을 떠난 교사가 다시 교단에 섰을 때 우러나는 열정과 의욕, 사명감을 우리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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