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경철수 충북본사 경제부장

올 추석은 유달리 늦은데다 일조량이 좋아서 과일값은 저렴하고 육류값은 비쌀 것이란 ‘차례상 물가’가 요즘 지역 유통가의 최대 화두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 듯 관세청이 최근 내 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 추석에 가장 선호하는 선물 세트가 한우·갈비세트란 조사결과도 있다.

이처럼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상고법원 설치 문제’가 법조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송만능주의에 빠진 요즘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선 상고법원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고법원을 설치해야 한다’거나 ‘대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제도적 보완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법조계 내부에서 조차 흘러 나오고 있다.

우리 사법제도의 현실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공정(fairness)이란 이름아래 사법시스템을 점차 복잡하게 만들고,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조차 없는 ‘공룡 같은 제도’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근본 취지도 희석돼 20년 이상 줄곧 변호사업에 종사해 온 사람조차도 변화된 사법시스템에 의해 소외돼 법정에 설 수 조차 없는 현실이 됐다.

이 같은 제도적 모순이 갖는 역기능의 결과가 부지불식(不知不息) 간에 조그만 비용들이 누적돼 이제는 돈 없이는 사법정의를 호소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소송게임’이라고 까지 부르고 있다. 사법부의 정의란 것은 심판 대상자인 약자에 대해 긍휼(mercy)히 여기고, 그 가운데 공감대를 형성해 국민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이다. 이런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사법부는 늘 진실에 바탕을 두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언제 어디서든지 돈이 없어도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억울한 이가 나와선 안된다며 채택한 3심 제도에서 더 나아가 옥상옥으로 상고심 재판부를 또다시 설치할 경우 소송비용 증가로 인한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만 더욱 어렵게 만드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지역 법조계에선 요즘 만능적인 법조인을 더 많이 배출해 돈은 적게 들면서도 신속하게 판결을 내는 사법 시스템의 개선과 성과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이른바 남소방지(濫訴防止)란 관점에서도 그렇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고인들의 소송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도 정식재판청구에 따른 불이익변경금지 문제(억울해도 겁이 나 참는다는 것) 등으로 소송만능주의를 해소하려 해선 안된다는 시각이다. 사법현실에서 볼 때 판사 중심의 법원을 출입하는 최대의 소비자는 바로 변호사 및 그 지역 종사자들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늘 어떻게 하면 직접적인 최대의 민원인인 변호사 업계를 화평(和平)하게 이끌어 궁극의 소비자인 국민 전체로 하여금 사법정의가 숨쉬는 법률서비스를 받게 할 것인가에 사법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로 하여금 단순히 사업(business)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가 아니라 고도의 윤리를 지키는 법률 전문직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누릴 수 있도록 법률문화를 창출하는 데 법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 우리 국민은 제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많이 하는가, 또 이로인해 대법원은 감당할 수 없는 업무과중 문제를 해결하려 상고법원 설치를 고민하고 있는가. 이 제도적 문제의 해결책으로 요즘 지역 법조계에선 대법관 수준의 경륜있는 제1심 재판부로의 사법시스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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