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노진호 교육문화팀 차장

한화이글스는 현재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5위 싸움’ 중으로, 매 경기 승패에 따라 팬들의 희비도 마치 코스닥 지수처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통합 4연패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달성한 삼성라이온즈처럼 가을야구쯤은 당연히 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난 몇 년간 한화의 성적을 생각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한화는 올 시즌 ‘마약야구’라는 훈장(?)을 받고 프로야구 흥행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경기 티켓은 이제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야신’ 김성근 감독은 심심치 않게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비난은 한 가지 이유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상한’ 투수 기용 즉 혹사에 대한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 언론 매체에는 “다른 구단이었다면 반발이 컸다. 김성근 감독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과거 SK 수장 시절보다 더 강화된 것 같다”는 이름 모를 야구인의 말이 실리기도 했다. 한화의 필승조라 할 수 있는 권혁(106이닝), 송창식(98이닝), 박정진(95.2이닝)이 너무 많이 던졌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며, 시즌 도중 영입돼 에이스로 활약 중인 로저스도 경기당 평균 121.2개의 투구를 했다(9일 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근 감독에 대한 비난은 아쉬움이 크다.

너무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떤 종목이든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며, 김성근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3년 연속 꼴찌로 날개가 꺾였던 독수리 군단은 7년 만에 60승 고지에 오르며 팬들에게 잊혔던 승리의 기쁨을 주고 있다.

또 125경기를 소화한 9일 기준으로 지난 시즌(총 128경기) 한화의 주요 팀 기록과 올 시즌 기록을 비교해보면 △타율 0.283→0.272 △홈런 104개→112개 △득점 619점→620점 △평균자책점 6.35→4.91 △실점 889점→673점 △실책 113개→97개(뒤쪽이 올 시즌 기록) 등으로 거의 전 부문이 향상됐다.

성적 지상주의는 아니지만, 한화는 분명 좋아졌고 너무 길었던 암흑기를 빠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감독에 대한 평가는 시즌이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10월 25일 한화 구단과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5억원) 계약기간 3년에 도장을 찍었다.

한화 팬들은 ‘야신’을 모시기 위해 1인 시위, 다음 아고라 청원(1만 2500여명 서명), 유튜브 동영상(11만뷰 돌파)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들불처럼 타오른 김성근 감독을 향한 팬심에 한화 구단도 응답했고, ‘혁신을 위한 선택’이라며 ‘야신’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위에서 말했듯 그에게는 3년이라는 도전 기간이 주어졌고, 이제 그 첫 번째 해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독립구단에서 야인 생활을 하던 야신은 3년 연속 꼴찌를 한 한화를 통해 3년 2개월 만에 프로무대로 복귀하며 “팀 승리가 중요하다.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아니면 같이 갈 수 없다"는 취임 일성을 밝혔다.

팀을 운영하고 경기를 풀어가는 것은 감독의 몫이지만, 팬들은 혹은 전문가들은 그것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이견이 나올 수도 있다.

필자 역시 한 명의 한화 팬으로서 “우리의 수장을 믿어보자”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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