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서 성소수자 조항 삭제지도 요청” 여가부, 대전시에 공문 보내
시의회 개정 움직임에 비판여론

<속보>=대전시의회가 지난 5월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가 특정 종교집단의 반대로 조례시행 2개월만에 개정을 추진 중인 ‘대전시 성평등 기본조례’와 관련해 정부가 개정을 권유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외압’ 논란까지 일고 있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5월 해당 조례를 통과시켜 7월 1일 시행됐지만 조례를 통한 보호 대상 중 ‘성 소수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기독교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에 대전시는 지난달 12일 조례의 제명을 '성평등기본조례'에서 '양성평등기본조례'로 변경하고, 성소수자에 해당하는 조항은 모두 삭제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가족부가 대전시에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조항은 상위법에 위배된다. 이를 삭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부가 대전시에 발송한 공문은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가 해당 조례의 성소수자 관련 조항을 삭제 지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언급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안필응 복지환경위원장(새누리당·동구3)은 "원래 양성평등법을 근간으로 해당 법에서 보장되고 있지 않는 '성소수자 보호' 항목을 보충하기 위해 조례안을 발의했다"며 "여성가족부에서 '성소수자' 부분을 삭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4일 받았으며 임시회 회기를 맞아 현재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외압이라고 하면 여성가족부의 공문 뿐이다. 시의회 조례에 대해 정부 부처가 공문을 보내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정 종교집단의 반발에 정부가 동조하고, 시의회가 이를 수용하며 자신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조례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시의회 안팎에서는 지방의회의 위상 실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의 고유 권한인 조례 제·개정에 정부가 ‘외압’을 행사하려는 모습이 중앙집권적인 행정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시의원은 “정부와 특정 집단의 외압으로 인해 시의회가 우스워질 위기에 놓였다”며 “심사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성 소수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통과시켜놓고, 이걸 두달만에 수정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의회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안휘재 기자 sparklehj@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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