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개별적 삶은 없다.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만나는 일로 그치지 않고 은연중에 그의 삶에 개입하게 된다. 남의 행복을 빌지만, 막상 그가 웃고 있으면 기뻐하지 않는 게 사람 심보다. 누군가에 대해서 미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불편하고, 갈등을 만드는 게 불편하지만 타인들은 '불편한 것'들만 만들어댄다. 그런데 말본새가 세련되지 못해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누구답게' 살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인간답지' 못한 것이다. 이는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들은 시시때때로 들통이 난다. 자신의 뇌가 자신을 속이니 진정 황망하도다.

▶점쟁이는 듣기 좋은 말만 한다. 고객은 점쟁이의 솔직하지 않은 얘기를 듣고도 솔깃한다. 뇌는 듣고 싶어 하는 말들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점쟁이는 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같은 두루뭉술한 화법을 쓴다. "당신은 내성적이지만 외향적인 데도 있지?” 같은 뻔한 말을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끌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까닭에 나머지는 허투루 듣는다. 점쟁이는 ‘이제 걸려들었다’고 생각하곤 마지막 투망질을 한다. “몸에 흉터가 있지?” “여름엔 물조심하고 겨울엔 불조심해야 돼”라는 식이다. 결국 점쟁이가 '족집게'인 까닭은 잘 속이기 때문이고, 반대로 고객은 잘 속아 넘어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매일 밤 평균 다섯 차례 정도 꿈을 꾼다. 90분 간격으로 한 번에 20분 정도 지속된다. 그런데 깨고 나면 대부분 잊는다. 괜히 불길한 꿈만 들어맞는다. '이럴 수가, 꿈이 잘도 맞네'라고 생각하겠지만 착각이다. 꿈의 80%는 부정적인 사건들에 초점이 맞춰진다. 나쁜 뉴스가 기억의 방아쇠를 당길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사람은 야누스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 희망 속에서 절망을 본다. 경멸하면서 질투하고, 두려워하면서 부러워한다.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데 알고 보면 타인도 불편해진다. 양가적 감정은 결국 마음의 붕괴, 정신의 몰락과 맞닿아있다.

▶피파랭킹 174위인 라오스를 8대0으로 이겼다고 호들갑 떠는 건 졸렬한 자화자찬이다. 스페인을 8대0으로 이겼다면 어떻게 했을까. 사람의 심리는 저열하다. MB(이명박)는 주변에서 그렇게 뜯어말렸어도 삽질을 강행했다. 잘되면 사초(史草)에 이름을 남길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망하면 자기 돈이 아니니까 내지른 거다. 그 삽질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정부는 4대강사업에 22조원을 쏟아 부었고 부채로 발생한 금융비용 4조4000억원을 수자원공사에 지원하고 있다. 이 혈세는 국민 주머니를 허락 없이 턴 돈이다. 우린 용기가 부족하다. 왜 그 모양으로 일하느냐고, 왜 그렇게밖에 못 하느냐고 윽박지르면서도 눈치를 본다. 이 모든 행불행과 희망·절망은 지금 사막을 뚜벅뚜벅 걷는 내 마음속에 있는데….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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