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곽범국 사장
충북 보은 출신… 5월 취임
부실 금융회사 사후 정리 넘어 자율적 건전경영 유도·지원
공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사장-직원 토크 콘서트 열어 조직화합 위해 소통 강화 계획
새누리 수석전문위원 등 역임 정치권 경험·인연 경영에 도움
충남-충북 구분… 파이만 작아져 전체 단합해 중원 역할·성과내야

▲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공사가 부실 금융회사를 사후에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건전 경영을 추구할 수 있도록 유도·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금보험공사 제공

한국 경제의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5월 취임한 곽범국 사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부실 금융회사의 뒷수습에 그치지 않고 사전에 부실 징후를 감지해 건전경영으로 유도하는 예보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는 곽 사장은 임직원은 물론 실무 직원들과의 토크 콘서트를 통해 내실 다지기에도 공을 들이며 주목받았다. 충북 보은 출신의 곽 사장을 만나 예보의 비전과 경제시장 전망, 그리고 ‘충청권 금융 전성시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임명된 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취임 일성으로 자율과 조화를 이루는 예금보험서비스를 강조했는데, 그동안의 소회를 말해달라.

“취임 후 100일 남짓한 기간 동안 제가 갖고 있는 예보의 청사진을 공사 임직원과 공유해 하루라도 빨리 변화된 공사의 모습을 금융시장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무엇보다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려고 노력했다. 손자병법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말이 있다. 조직 전체가 한마음이 될 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공사가 부실 금융회사를 사후에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건전 경영을 추구할 수 있도록 유도·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사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개선방향 등을 모색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 기조가 썩 좋지도 않고 시장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에 경제안전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예보의 평상시 역량 확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현장과의 접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고 시장과 더 많이 호흡하라는 주문을 많이 했다. 적극적으로 시장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예보의 목소리를 시장에 전달하는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 이달 하반기쯤 제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비전 등을 발표할 생각이다.”

-지난 1996년 예보 설립 작업에 직접 참여한 실무자에서 최고 책임자가 됐다. 내년이면 예보가 20주년을 맞이하는데, 임기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 분야가 있다면.

“그동안 예보와 함께 걸어오면서 애착도 깊다. 사장으로서 지난 3개월간의 경험과 예보의 대내외적 환경 인식을 토대로 예보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임기 중 크게 4가지 사업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먼저 예금보험기구로서 첫 단계인 시장규율과 부보금융회사의 보험사고 위험관리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 차등보험료율제도 및 조사·공동검사 등을 강화해 금융회사의 자발적 건전경영과 경쟁력 제고를 적극 유도하고, 과거 풍부한 부실정리경험을 활용한 부실 조기 인지 및 신속 대응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또 효율적 부실 정리체계 구축과 국민 부담 최소화를 위한 기금역량 확충에 힘쓸 계획이다. 대형금융회사에 대한 부실정리계획을 사전에 수립하고, 업권별로는 일반 정리원칙에 부합하도록 청·파산 및 일부 계약이전 등 업종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정리제도를 마련하려 한다. 시장변화에 부합하는 선진적 예보제도도 준비 중이다. 현행 예보제도는 경직된 운영체계로 금융복합화 및 신종금융상품 출현 등 최근의 환경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에 정책당국 및 이해 관계자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보호대상 규정 방식 변경을 추진하는 등 환경변화에 신축적 대응이 가능토록 예보제도를 변경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하는 방식 개선과 업무역량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3년의 임기동안 조직 역량 강화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광영이라고 생각한다.
▲ 공사 창립이래 처음 개최한 사장, 직원간 토크콘서트 모습. 예금보험공사 제공

-최근 저금리 기조의 유지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그리스 사태와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요소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예보 차원의 대응 방안이 있다면.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및 신흥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시장인 중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나라는 감기에 걸리게 된다. 다행히 지금은 예전보다 세계시장의 정보공유시스템이 많이 발전된 상태고, 정책당국도 잘 대응하고 있다. 경제와 금융은 결국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안정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예보의 역할도 과거 IMF 사태나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훈련이 된 상태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전 대응 노력을 키우기 위해 예보는 기금관리자로서 보험사고 위험관리 기능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 유관기관과의 공유정보를 통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를 선별하고, 현행법상 권한을 효율적으로 행사하여 선택과 집중에 의한 보험사고 위험관리 업무를 강화할 것이다. 또 현재 시행중인 차등보험료율제를 지속 보완하고, 차등평가 결과에 대한 종합분석 내용을 부보금융회사에 제공하는 등 상시 감시 업무와 연계해 건전경영을 유도하고자 한다.”

-공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사장과 직원 간 토크콘서트를 개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으로도 직원과의 다양한 소통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원과 부서장의 경우 매주 월요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와 수시 업무보고 등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과는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생동감 있는 조직문화 구현을 위해 리더와 구성원간의 상호 소통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7월 7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팀장급 직원들 이하 실무 직원들과 소통을 위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었다. 그 자리에서 취미나 좋아하는 운동 등 제 신상에 대한 것부터 바람직한 리더상, 조직의 미래, 비전 등에 이르기까지 직원들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의견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실무 직원들과의 토크콘서트는 최근 트랜드를 반영해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e-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여러모로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조직의 화합과 유대감 강화를 통한 역동적인 조직문화 구현을 위해 직원들의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열어나갈 계획이다.”

-행정관료를 하다가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정치권과도 연을 맺었는데, 그 경험이 도움이 되나.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정책 결정의 중심은 이미 여의도로 바뀌어 있다. 정부의 발표정책 중 실행까지 단계를 점검해 보면 3분의 2 이상이 원안과 다르다. 행정관료 시절 긴 호흡과 달리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국회에 머무르면서 고민할 시간도 없을 만큼 순발력이 필요했다.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경험을 살려 국회 사무처나 정치권 인사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할 것이고, 그것이 CEO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권에 충청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되면서 ‘충청권 금융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면에 이러한 전성시대를 이어갈 후배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역의 후배들에게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청주 대성중과 청주고를 졸업했다. 2009년 중앙공무원 교육을 받을 당시 충남과 충북 출신을 아우르는 16명과 함께 양반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충남과 충북이 같이 가야 한다는 기치로 만든 것이다. 충남과 충북을 구분해 봐야 파이는 적을 뿐이다. 지역색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정부부처의 예산을 보니 영·호남이 많이 확보하더라. 그만큼 끈끈하다. 반면 충청권은 약하다. 그런 의미에서 충청 전체를 아우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충청 전체가 합심해서 대한민국의 중원 역할을 하자는 것을 말뿐이 아닌,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한다. 균형발전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 국가전체의 역량 키우려면 약간의 비율을 감안해 각각의 지역에 고른 대표성을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충청권을 아우르는 양반회처럼 충청권 전체가 단합했으면 좋겠다. 세종시 시대도 열리지 않았나. 결국 지역의 후배들과 이미 출향한 선배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의 후배들이 많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국가 전체적인 발전에서 충청이 자기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그런 역할 가운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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