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반영 현실화…환경부, 재활용법 시행령 등 개정 추진
주류업계 "소주·맥주 출고가 약 12% 인상…재고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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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맥주 빈병 회수와 재사용을 늘리기 위해 빈병 보증금을 22년 만에 인상한다. 보증금은 소주병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이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2.5배, 2.6배 오른다.

환경부는 빈용기 보증금 현실화를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3일 입법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보증금 제도는 빈병의 회수와 재사용을 늘리기 위해 1985년 도입했다. 

20여년 간 주류 판매 가격(소주 기준)은 1994년 556원에서 올해 1069원까지 1.9배로 올랐으나 빈용기 보증금은 1994년 이후 동결됐다. 인상된 보증금은 신병 제조원가(소주 143원, 맥주 185원)의 70% 수준이다.

인상안은 선진국 사례(신병 제조원가 대비 보증금 수준·독일 77%), 물가상승 추이,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결정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고된 소주, 맥주 총 49억4천만병 중 17억8천만병이 가정에서 소비됐다. 그러나 소비자가 반환한 빈병은 24.2%(4억3천만병)에 그쳤다.

나머지는 아파트·공동주택 등에서 재활용 목적으로 공동 수거하거나 그냥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은 570억원에 이른다. 미반환 보증금은 빈병 수거함 제조, 다른 병 재활용 과정의 비용 등 공익적 용도에 사용한다.

빈병을 쉽게 반환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주류회사가 도·소매점에 지급하는 빈용기 취급수수료를 올려 도·소매점의 참여를 유도한다. 현재 소주 16원, 맥주 19원인 수수료를 각각 33원으로 인상한다. 

소매점이 소비자에게 빈병 회수나 보증금 지급을 거부했을 때 신고하면 소매점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고자에게는 최대 5만원의 보상금을 준다. 환경부는 11월부터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콜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내년 1월부터 정식 운영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보증금 인상을 통해 빈용기 재사용률이 현재 85%에서 선진국 수준인 95%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류 제조사는 취급수수료 인상에 따라 125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기지만 빈병 재사용 증가에 따른 신병 투입 감소(약 5억병)로 451억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빈병 재사용은 온실가스 배출량 20만t(소나무 3천300만그루의 연간 흡수량), 에너지 소비량 26억MJ(메가줄·1만5천명의 연간 전력소비량)의 절감 효과가 있다.

입법예고안은 국민 의견 수렴,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내년 1월21일 시행된다. 유승광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빈용기 반환과 보증금 환불에 동참하면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면서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주류산업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책 효과가 불분명하고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인상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보증금이 인상돼도 소비자가 빈병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으면 인상분은 고스란히 소주·맥주 제조 가격에 반영돼 출고가가 12.3%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결국 서민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맞벌이 가구 등은 빈병 몇 개를 소매상까지 갖고 가서 환불받기를 귀찮게 여길 것"이라며 "반환장소 확대, 무인회수기 설치 등을 우선 추진해야 하며 보증금 인상에 앞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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