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먼저 소개되자 “원칙·기준” 언급하며 불만 토로… 시당위원장 취임 ‘존재감’ 부각 풀이

“대전시와 지역 의원들의 공식적인 회의라면 형식과 의전도 중요한 것 아닙니까?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자리인만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으로 회의를 진행해 주길 바랍니다.”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전시 주관 국회의원 초청 시정간담회 자리에서 때 아닌 ‘기싸움’이 벌어졌다. 전날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에 공식 취임한 정용기 의원(대전 대덕)이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의 발언권 순서를 두고,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들의 기념사진 촬영을 시작으로 권선택 대전시장의 모두발언과 지역 의원들의 인삿말, 각 실·국장의 사업 설명, 의원 추가 발언 및 권 시장의 맺음말 순으로 진행됐다.

정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의원들의 인삿말 부분이었다. 대전시에서는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4선의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대전 서을)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3선의 같은당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이어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과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대전 서을)이 마이크를 잡았고, 정 의원은 새누리당 대전 유성 당협위원장인 민병주 의원(비례)과 함께 마지막에 가서야 발언권을 얻었다.

새누리당 대전시당을 대표하는 정 의원으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으로서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마친 뒤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국회에서 회의를 진행할 때에는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이 돌아가며 발언을 한다. 이 자리에도 여야가 있지 않나”라며 “시에서 오늘 회의를 어떤 원칙과 기준에 의거해 진행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난했다.

이어 “(가장 먼저 발언한) 박 전 부의장을 존경하고 있지만 시에서 주관하는 행사라면 참석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사전에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여당 측이 먼저 발언 기회를 가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새롭게 시당위원장에 취임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한편 초선의원 일색인 새누리당 대전시당이 야당 소속인 권 시장이 이끄는 대전시와의 관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관계를 분명히 해 정치적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전시와 지역 의원 간의 협력 체제를 다지기 위한 자리에서 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범계 의원은 “제 경험상 국회에서는 선수를 가장 많이 따진다”며 “국가 의전서열 7위인 국회부의장을 역임하셨던 박병석 의원에게 할 발언치곤 과한 듯 하다”고 제지했고, 박병석 의원은 “간담회 치고는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언짢은 속내를 에둘러 표현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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