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청소녀들 사연 들어보니]
힘든 가정사 못이겨 가출 택해
모텔촌서 전전… 지원 대책 절실

#1. A(16) 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할아버지, 고모와 살아왔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고모는 A 양이 하는 일마다 혼을 내고 듣기 싫어하는 말만 했다. A 양은 결국 가출을 선택했다. 가출 이후 식당과 공장, 택배 등을 해봤지만 힘이 든 것에 비해 수입이 크게 적었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길거리로 내몰린 A 양은 시내를 방황하다 남자들이 함께 술을 마시자는 제의가 들어오면 함께 모텔에서 술을 마셨다. 함께 있는 남성이 술에 취해 잠이 들면 지갑에서 돈을 훔치기도 했다. A 양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술을 사달라는 쪽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조건만남을 하면서 수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관련사설 21면

A 양은 “조건만남을 하다 성병에 걸렸고 임신도 했다”며 “남성이 차에 태워 산에 데리고 가 죽여버린다고 하면서 구타를 하기도 했고, 목을 졸라 죽이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 B(19) 양은 친오빠와 살아왔지만 매일 오빠에게 구타를 당해 집을 나왔다. 이후 친구와 함께 모텔비를 벌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B 양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남자를 만나 대전 동구 용전동이나 중구 선화동 모텔, 남자의 집, 그리고 차안 등에서 8만~50만원의 돈을 받고 성을 팔았다. B 양은 이렇게 조건만남을 시작했다. 당시 B 양의 나이는 17세였다.

B 양은 “조건만남을 갔다가 손님한테 감금당해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맞았다. 경찰에 신고했더니 쌍방과실이라고 했다”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상담소에 찾아 이러한 사실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대전 중구 선화동과 대흥동 문창동 등 모텔촌에서 가출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가출팸을 형성, 포주 역할을 하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면서 관련 당국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대전은 성매매를 연결해 주는 업체(이른바 보도방)가 많은데다가 단속까지 허술해 가출 청소녀(여성 청소년)들에게는 ‘청소녀 보도방’으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조건만남' 등 성매매에 노출된 10대 가출 소녀들을 위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손정아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상담소장은 “10대 가출청소녀들의 실상을 알리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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