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럴 때일수록 지역정치권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예기치 않은 변수로 역차별을 받아왔던 충청권으로선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도 그럴 개연성이 없지 않다. 얼마 전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나온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조짐이 썩 좋지 않다. 충북 1곳이 줄어든다고 한다. 대전 유성 분구, 천안·아산 증설도 불투명한 것처럼 비친다.
냉소적인 국민 반응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정치권의 뱃장이 놀랍다. 국회는 선거구 획정기준을 8월13일까지 마련해줘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 획정기준에 따라 선거구 조정을 국회 제출 법정시한(10월 13일) 내에 마쳐야 하는 선거구획정위로서도 답답할 것이다. 기껏해야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을 뿐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 그리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싸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막판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여당 입장처럼 비례대표를 줄이는 대신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거나 조정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충청권으로선 설령 의석 1석이 늘어나더라고 실제로는 오히려 의석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표의 등가성 회복을 그토록 염원했던 지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다. 지난해 10월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시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요 역할을 한 충청권으로선 의외의 결과다.
지역 정치권에 대해 전략적 사고와 대응책을 줄곧 촉구해온 우리로서는 착잡한 심정을 지울 수가 없다. 여기서 주목할 건 지난 2월 중앙선관위가 제시했던 권역별 비례대표제이다.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충청권은 현재 24석에서 31석으로 늘어난다. 정치권의 이해득실을 떠나 선관위가 제안했다는 점에서도 이를 무조건 등한시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정치권을 어떻게 설득시킬 건가 그게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