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검사없이 숙박 허용
조건만남 등에 그대로 노출
토론회서 ‘안전망 구축’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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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선화동 모텔 골목
대전 중구에 자리잡은 모텔 수백여곳이 미성년자들에게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고 숙박을 허용하면서 성매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대전은 이른바 보도업체가 많은데다가 단속까지 없어 가출 청소녀(여성 청소년)들에게는 ‘청소녀 보도천국’으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조건만남' 등 성매매에 노출된 10대 가출 소녀들을 위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31일 오후 대전시의회에서 열린 ‘학교 밖 청소녀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손정아(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소장은 “가출한 소년과 소녀의 경험은 그 층위와 내용이 각각 다르다”며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10대 가출 소녀들만의 경험, 그중에서도 조건만남 등 성매매에 산업에 노출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손 소장은 이른바 '가출팸' 안에서 가장 힘없고 약한 여자 아이들이 성매매를 하게 된다며 이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출한 소녀들이 또래 남성을 만나 정서적 의지를 하게 되고, 이 남성이 포주로 변해 회유와 협박을 하며 소녀들에게 조건만남을 시키는 것은 아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구매 남성과 포주에게 학대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어 “가출 청소녀들이 모이는 곳에 거점 공간을 마련하고 이들이 성매매로 빠져들지 않도록 조기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지역에서는 중구 선화동, 대흥동, 문창동 등 모텔촌에서 가출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가출팸을 형성, 포주 역할을 하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정현 대전시의원, 민은정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팀장, 강동하 대전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 송인구 대전시 여성가족청소년과 계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청소년 성매매의 대부분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단속과 감시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성매매를 하는 일자리 마련 등 10대 소녀들이 조건만남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하는 등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박 의원은 “가출을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사회 경제적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교밖 청소녀 특성에 맞는 지원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지원위원회 설치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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