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뮤지션 41팀 조명한 책 펴내…"인디의 가치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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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이고, 골격이에요. 그런데 인디 뮤지션들은 어느 시대든 주목받지 못하죠. 그래서 이 친구들을 최고로 멋있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디라고 '찌질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이 '골든 인디 컬렉션: 더 뮤지션'(안나푸르나)을 펴냈다. 그는 책에서 주류 음악시장에서는 소외됐지만 음악성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획을 그은 인디 뮤지션 41팀을 재조명한다. 

책은 그가 재작년부터 한 인터넷 매체에 연재한 칼럼 '골든 인디 컬렉션'을 모았다. 칼럼은 시작하자마자 인디뮤지션의 깊이 있는 소개로 화제를 모았고, 그의 집 앞에는 소개를 부탁하는 CD가 가득 쌓이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음악이 있는데 왜 사람들은 듣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작업은 결국 원고지 3천 매와 사진 4만 장을 남겼다. 

지난 27일 저자 최규성을 만났다. 그는 "단순히 음악을 분석하거나 뮤지션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또 돈을 벌기 위한 작업도 아니었다"며 "그냥 음악을 통해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인디 뮤지션 중 41팀을 추렸다. 혹자는 저자의 입맛에 맞는 뮤지션만 고른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겠지만 그는 선정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저자는 "일단 뮤지션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오리지널리티가 있나 살펴봤다"며 "또 음악 세계는 앨범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에 최소한 정규 앨범 1장 이상 발표한 뮤지션만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대중적 인지도를 떠나 다양한 인디 뮤지션들이 책에 실렸다. 한대수, 이승열 등 인디계의 대부부터 고래야, 로큰롤라디오, 미미시스터즈 등 한 번쯤은 들어본 듯한 밴드까지 41팀이 독자와 만난다. 

이들을 인터뷰하는 작업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저자는 겉핥기가 아닌 이들의 진솔한 바이오그래피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뮤지션들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뮤지션들의 공연에 수십 번 찾아가고, 같이 밥을 먹고, 여행을 하면서 그들의 가족이 됐다. 가족이 되자 이들은 어디에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한 뮤지션 취재에만 3∼6개월이 걸렸지만 그는 "이들의 음악과 인생에 빠지게 됐다"며 뿌듯해했다. 

저자는 "뮤지션들도 저와 인터뷰를 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음악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하더라"며 "제 글을 읽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을 때 제일 기뻤다"고 강조했다. 

이 책의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뮤지션들의 사진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직접 찍은 사진기자 출신인 저자는 오는 1일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사진전 '골든 인디 컬렉션: 더 뮤지션'을 열기도 한다.

그는 뮤지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진을 찍고 싶었고, 그래서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직접 장소를 물색하고, 뮤지션 색깔과 가장 걸맞은 콘셉트를 구상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화도 많이 생겼다. 임신 8개 월차인 강허달림을 뛰게 하고, 상고대 촬영을 위해 정밀아를 영하 10도의 추위에 비무장지대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폰부스는 갯벌이 드러나는 썰물을 기다리느라 밤을 꼴딱 새우기도 했다. 

"파블로프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아요. 멤버들의 군복무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천해수욕장에서 촬영하기로 했어요. 근데 마스크 쓴 남자 4명이 바다에서 난리를 치니까 신고가 들어갔나봐요. 결국 해경이 출동하고, 그것이 그대로 사진에 찍혔답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뮤지션들의 이야기는 진솔했다. 그는 노래는 뮤지션의 분신이라며 뮤지션들은 근본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노래에 담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숨겨진 가족사를 접하고 마음 아픈 적도 여러 번이었다. 밴드 크랜필드의 보컬 이성혁이 그랬다. 

그는 크랜필드의 음악을 듣다가 서른이 가까워진 보컬이 왜 10대 소년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지 의문이 들었다. 또 꿈꾸는 듯한 비현실적인 음악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혹시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건가'라는 생각으로 인터뷰하니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성혁은 알코올중독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고, 그 아버지는 아동학대죄로 구속됐다. 이런 탓에 이성혁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제주도에 발걸음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저자와의 인터뷰 후 처음으로 제주도를 찾았다고 한다. 

저자는 "청소년기에 형성된 것들이 정서적 DNA의 원형이 돼 음악에 그대로 투영된다"며 "그 사실을 알고 나서 크랜필드의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책은 스스로 고속도로가 아닌 자갈길을 택한 뮤지션들의 인생과 그 인생이 담긴 노래에 대한 이야기다. 인디 뮤지션에 이어 한국 걸그룹의 역사를 조명하는 작업을 시작한 그에게 한국 음악계에 바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물었다.

"대중음악 100년 역사상 지금만큼 다양하고 뛰어난 뮤지션이 많이 나온 적이 없어요. 하지만 다양한 음악이 주류와 공존하려면 시장이 형성되야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점이 미흡하지요. 결국 한국 음악을 이끄는 건 바로 인디 음악입니다."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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