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4 충청권 산업재해 현황]
질병·업무 연관성 입증 힘들어
기업과 법정다툼 확산되기도
헌재 “책임부담 가혹… 개선돼야”

충청지역에서 벌어진 산업재해(이하 산재) 사건 중 사고의 경우 90% 이상 산재로 승인되지만 질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사고의 경우 사고현장 등 증거가 쉬 나타나 입증이 비교적 쉽지만 질병의 경우 업무와 연관성에 대해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18일 본보가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에 ‘2010~2014년 충청권 산업재해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업무상 사고로 인한 요양 승인은 94.3%, 질병은 49.7%만 인정받았다.

연도별로는 2010년은 사고가 95.3%, 질병은 51.6%가 승인됐고 2011년은 사고 94.4%, 질병 45.9%, 2012년은 사고 93.6%, 질병 47.6%, 2013년은 사고 94.4%, 질병 50.7% 2014년은 사고 93.8%, 질병 52.7%로 각각 집계됐다. 질병의 종류로는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신청 대비 55%, 세균성 질환은 58%, 뇌심혈관계 질환은 22%만 산재로 판정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근로자가 재직 중 발생한 질환을 산재로 연관 짓기 어려워 승인율이 낮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근로자가 산재에 대한 입증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질병과 연관성에 대한 고리를 근로자가 찾지 못하면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노무사 A 씨는 “단순비교로 본다면 형사사건의 경우 사법당국인 경찰과 검찰이 단서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지만 산재사건의 경우 근로자가 직접 단서를 찾아내야 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산재를 두고 기업과 근로자 간 다툼으로 번질 경우 기업이 관련 증거를 없애버리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입증할 길이 막막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권과 산재로 추정 되는 피해를 당한 근로자 및 가족들이 법률 개정과 위헌소원에 나섰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내려져 문제 개선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6월 25일 헌재는 업무상 재해를 당사자가 입증하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호법은 헌법상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질병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근로자가 전문적 지식이나 관련 정보에 부족함이 많고 입증책임을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가혹하다며 법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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