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경철수 충북본사 정치경제부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경영권분쟁이 시작된 이후 세번째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회사 인트라넷 사과, 이달 3일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에서의 대국민 사과에 이어 세번째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그룹의 ‘국적논란’과 ‘불매운동’을 의식해서인지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 사회공헌 확대를 공언했다. 특히, 호텔롯데를 빠른 시일내에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겠다며,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점을 사과했다.

하지만, 어눌한 한국말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신 회장과 앞서 일본어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그의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지켜본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하기만 하다. 신 회장이 아무리 한국기업이라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이유는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호텔롯데의 소유지분 72.65%를 차지하고 있는 L투자회사 12개가 모두 일본계 회사란 점이다.

이는 메르스 사태로 위축된 경기를 ‘광복70주년 경축행사’로 띄어 보려 했던 사회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심지어 침체된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청와대가 추진하던 경제인 광복절 특별 사면폭도 축소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물론, 사회 이면에는 롯데가에 대한 동정론도 적잖다.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한국에 설립된 외국계 기업에 대해 관대해져 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국적논란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경제가 일본과는 아직 간극이 있고 중국에는 추월당하는 ‘넛 크래커’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재계 5위 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곧 우리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이니치(在日·재일동포) 1세대 기업인들이 광복 전후 먹고살기 위해 또는 유학을 갔다가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켜 고국에 재투자하면서 한국경제 성장의 종잣돈이 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일본에서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우익의 표적이 될까봐 자신이 한국인임을 숨기고 기업활동을 해 왔고, 아직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이 재일동포임을 숨기고 있는 기업인도 적잖다는 것.

오늘의 롯데그룹을 일군 신각호 총괄회장도 그 중 하나였다. ‘대한해협의 경영자’라 불렸던 신 회장은 홀수 달에는 한국, 짝수 달에는 일본에 머물며 그룹을 경영하면서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는 올해에 오히려 양국 경제관계가 깊어지는 데 기여해온 롯데의 공도 한번쯤 되짚어 봐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하지만,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충북인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5년 새 롯데그룹은 한국네슬레와 충북소주, GS마트, 하이마트, 키노피아 영화관 등을 인수해 간판을 바꿔 달면서 충북도내 식품, 유통, 주류 서비스 분야를 빠르게 장악하면서 ‘롯데천하’를 만들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지역기여도는 떨어진다. 오히려 롯데하이마트는 광고비를 아끼려다 불법 옥외광고물로 과태료 폭탄을 맞는가 하면 인수한 업체의 비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300t에 약간 못 미치는 먹는샘물 개발로 관련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수질개선분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다가 최근 공장증설과 취수량 증가로 납부를 준비중에 있다. 신 회장이 ‘사회공헌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우리의 충북도도 ‘낙수효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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