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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이런 모습 본 적 없다,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홈팀 중국을 2-0으로 꺾은 것에 스스로도 감탄해했다. 

슈틸리케 감독 자신이 '젊은 피'를 직접 뽑았지만 이 정도의 활약을 해주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유럽파가 합류하지 못한 이번 대표팀에 그동안 다소 회의적이었다. 이들이 어떤 기량을 보여줄지 자신으로서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회가 열리기 전 여러차례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대회 목표'에 관한 질문에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젊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급기야 중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고, 우리는 여기에 도전하러 왔다며 한국 팬들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발언도 했다. 

실제로 무려 15개 소속팀에서 온 선수들로 23명의 대표팀을 꾸렸고, 그것도 경험이 없는 이들이 상당수였기 때문에 그의 우려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 

대표팀 소집 후 지난달 29일 가진 프로축구 2부리그 서울 이랜드와의 연습경기에서 1-0으로 이기긴 했지만, 깔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전과의 첫 경기가 끝난 직후 취재진 앞에 선 슈틸리케는 그동안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선수들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말로 스스로도 젊은 선수들이 보여 준 기량에 놀랐음을 내비쳤다. 

그리고는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대회를 준비한 이후 처음 '우승'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그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고, 표정은 고무돼 있었다.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에 크게 만족해했다. 

슈틸리케는 그러면서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한 K리그 선수들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중요한 것은 한국 K리그에 있는 선수들이 오늘의 경기를 보고, K리그에서 열심히 잘하면 언제든지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건하 코치도 "새로운 선수들인 만큼 열심히 뛰어줄 것은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이들이 잘할까 걱정도 했는데, 모두 자기가 가진 것 이상으로 해줬다고 즐거워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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