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경찰서 청문감사실소속 장경국 경사
사건초기부터 피해자보호·심리적 지원, 시민에 알려지지 않아 보이스피싱 오해도
“배정된 피해자 구제 예산 부족 아쉬워… 형식적 지원 아닌 진심어린 활동 할 것”

▲ 둔산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 장경국 경사
“피해자가 두 번 울지 않도록 해야죠. 사건 이전으로 회복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끔찍한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은 쉽사리 사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정신적·경제적 고통은 오로지 피해자 개인이 담당해야 할 몫이었다. 범죄의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때 누군가의 따듯한 말 한마디나 관심은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큰 힘이 된다.

대전둔산경찰서 청문감사실 소속 장경국 경사<사진>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장 경사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피해자전담경찰관’이다. 살인·강도·방화나 주요사건과 교통사고, 가정폭력, 성폭력 등 범죄 피해자가 발생하면 사건 초기 단계에부터 투입돼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경제적·심리적 지원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장 경사는 “지금까지 경찰은 사건해결과 범인 검거에 목표를 두고 활동을 해왔다”면서 “그런 활동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범죄 피해자들의 피해구제와 일상생활로의 조속한 복귀지원 역시 경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장 경사는 지난 2월 피해자전담경찰관으로 복무를 시작한 이후 칼에 수 차례 찔린 노인과 보복살인을 눈앞에서 본 청소년 등 많은 피해자들과 만났고 그들에게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힘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특히 수년 간 가족에게 성폭행을 당한 10대 피해자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장 경사는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끔찍한 일을 겪었다”며 “사건 이전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심리적·경제적 등 모든 지원을 해, 피해자가 두 번 울지 않게 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이 시민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때때로 보이스피싱으로 오해 받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단다.

장 경사는 “피해자에게 경제적 지원을 위해 통장 사본을 요청하거나 사회복지기관 등 관련 기관에 지원을 요청하면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를 받을 때가 있다”며 “앞으로 적극 홍보해 오해는 사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장 경사는 피해자 구제 관련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한 한계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한 해 검찰과 법무부, 소방 등 900억원의 예산이 피해자를 위해 사용되는데, 이 중 경찰에게 배정된 액수는 2억 5000만원”이라면서 “여러 협력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예산이 배정됐으면 한다”고 했다.

장 경사는 끝으로 “형식적 지원이 아닌 피해자를 진정으로 돕는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범죄피해자들이 하루 빨리 어두운 그늘에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올해 ‘피해자 보호 원년의 해’를 맞아 지난 1월 전국 각 지방청마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을 배치했으며 대전에는 지난 2월부터 지역 내 5개 경찰서에 각 한 명씩 배치해 활동 중이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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