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정수·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여야 당리당략 계산에 답보상태
총선직전 ‘졸속 획정’ 우려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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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논의가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선거 직전 졸속으로 처리되는 과거의 악습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독립적 성격을 지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 및 가동된 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가장 기본인 선거구 획정 기준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야는 현재 의원 정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애초 선거구 획정 기준은 지난주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앞서 언급한 사안 때문에 제대로 된 논의는 커녕 뒷전으로 밀린 형국이다.

현역 의원들의 입김에 따른 ‘개리멘더링’을 막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의 독립기구로 마련된 선거구획정위는 “제대로 된 선거구 획정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오는 8월 13일까지 국회가 획정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정개특위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하자 지난 3월 구성됐음에도 6개월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정개특위는 8월 말까지로 정해진 활동시한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여·야 지도부와 정개특위 간사로만 구성된 별도의 협의체를 꾸려 선거구 획정 기준만이라도 빨리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 기준이 지연되는 현 상황은 정개특위 기한 연장이나 별도 협의체 구성보다 당리당략에 파묻힌 여·야의 태도 먼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정작 애가 타는 곳은 선거구획정위다. 선거구획정위는 오는 11일 각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획정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줘야 획정위가 그에 맞는 시뮬레이션 작업 등을 토대로 최적의 선거구 획정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데 획정기준이 늦어질수록 마감시한에 쫓겨 난항을 겪거나 졸속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획정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기준 말고도 의원 정수도 확정돼야 하지만 여·야의 정쟁으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은 지난 17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선거 1달 전인 2004년 2월 27일에 처리한 것을 비롯해 18대 총선 2008년 2월 15일, 19대 총선 2012년 2월 27일 등 선거를 코앞에 두고 획정을 마무리지은 전례가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회가 이런 식으로 논의를 진행해서는 이번에도 총선이 임박해서 졸속으로 선거구 획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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