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새로 뽑은 감사관을 위한 별도 집무실을 꾸미고 있다고 한다.

청내 4층 감사관실과 맞닿은 통신실 일부를 쪼개 마련한 7평(20.9㎡) 남짓한 독립된 공간이다. 시는 이 공간에 칸막이를 세우고, 사무집기 등을 들여오는데 계획에도 없었던 예산 1900만원을 급하게 만들었다.

이 소식을 접한 공직사회는 대체적으로 놀라는 반응들이 많다. 개청이래 본청 과장급(5급)에게 별도 집무실을 내 준 것은 전례가 없었기때문이다.

천안시는 감사관 집무실 신설에 대해 “상급기관의 감사과정에서 감사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하고있다. 또 “하위권에 머물고있는 천안시 공직사회 청렴도를 쇄신하기위한 능동적 조치중 하나로 이해해 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시민사회의 일반적 상식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시는 집무실 첫 주인이 지역경찰서장 출신 최초로 ‘개방형감사관’직에 지원해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이한일 씨란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구본영 시장과 신임 이 감사관은 사적으로 고교 동문 선·후배 사이이면서 평소에도 막역한 친분을 유지하고있는 관계다. 그래서 이 전 서장이 감사관 직에 도전하기까지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도 구 시장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심지어 응모전에 이미 이 전 경찰서장이 낙점이 됐다는 말도 시중에 퍼져 있었다.

이때문에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집무실은 구 시장이 이 감사관에 대한 ‘특별예우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두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현재진행형이다. 시는 가뜩이나 두사람 관계를 둘러싼 갖은 억측과 소문이 나도는 미묘한 시기에 오해를 부추길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공직사회 청렴도는 철저한 직무감찰과 내부통제시스템의 엄격한 작동, 그리고 끊임없는 자정노력을 통해 높아지는 것이지, 감사관의 집무실 존재 여부로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집무실이 감사의 척도인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은밀한 공간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고있다.

당장 천안시공무원노동조합도 "개방형 감사관이 밀실형 감사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지역사회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경찰서장 출신 이 감사관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있다. “공직사회 쇄신을 위해 파수꾼이 되겠다”는 그의 일성이 ‘헛구호’에 그치질 않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렴과 소통에 ‘솔선수범’하는 감사관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먼저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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