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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녀의 일기'는 옥타브 미르보가 1900년에 낸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 소설을 영화화한 것은 1946년 프랑스 장 르누아르 감독과 1964년 스페인 루이스 부뉴엘 감독에 이어 이번 브누아 자코 감독이 세 번째다.

앞서 '페어웰, 마이 퀸', '나쁜 사랑' 등 영화에서 젊은 여성들의 심리를 그렸던 자코 감독, 프랑스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배우로 꼽을 만한 레아 세이두(30), 올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연기파 배우 뱅상 랭동(56)의 만남은 일단 매력적인 관람 포인트가 된다.

이야기는 셀레스틴(레아 세이두)이 파리의 하녀 소개소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도도하게 얼굴을 치켜들지만, 결국 일자리가 필요한 셀레스틴은 프로방스 한 저택의 하녀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인정머리 없는 랑레르 부인, 시도때도없이 집적거리는 랑레르 씨, 퉁명스럽고도 순진한 부엌 하녀 마리안, 속을 알 수 없는 무뚝뚝한 집사 조제프(뱅상 랭동)가 있다.

자존심 강하고 주인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 줄 아는 색다른 하녀 캐릭터는 레아 세이두의 당당한 태도와 새침한 표정과 만나 묘한 관능미를 발산한다.

우아한 의상, 고풍스러운 저택, 햇살 넘치는 해변 마을 등 유럽 시대극으로서 국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볼거리도 많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랑레르 저택 밖에 있다.

이야기는 옆집의 괴상한 퇴역 군인, 그 집의 안주인처럼 행동하는 나이 든 하녀 로즈를 통해 마을로 건너가고, 셀레스틴의 기억을 통해 과거 셀레스틴이 거쳤던 다른 지역 여러 귀족 집안으로 넘어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20세기 초입 유럽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적이고 기괴한 삶, 계급을 떠나 인간 누구나 지닌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다만 이렇게 이야깃거리와 볼거리 양쪽이 모두 풍성한데도 영화는 다소 심심하다는 인상을 떨쳐내지 못한다.

원작에 충실해 셀레스틴의 일기를 우아하게 써내려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2시간 동안 관객의 마음을 잡아끌고 가야 하는 영화라는 매체에 걸맞은 극적 긴장감을 살리지는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는 이가 결말에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미묘하게 변화하는 인물들의 심리나 남녀 주인공 사이의 강렬한 '케미스트리'가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6일 개봉. 96분. 청소년 관람 불가.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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