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나재필 편집부국장

'일용엄니'가 단단히 화가 났다. '왜 지역감정을 건드리냐'며 삭발했다. 그녀는 KBS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와 관련해 '전라도'를 폄훼하는 악성댓글을 접하고 분노를 떠뜨렸다. 이 프로그램은 '버럭' 하기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연예인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아성찰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김수미(전북 군산)의 짝이 원래 개그맨 장동민(충남 아산 출신)이었는데 박명수(전북 군산)로 교체되자 인터넷에서 와글와글해댄 것이다. 악성 댓글의 내용은 이렇다. "고향이 같다고 네가 박명수를 (프로그램에) 꽂았느냐, 잘 해먹어라. 전라도 것들아."

평소 '욱'하는 사람들의 역지사지 프로그램이 결국 시작도 하기 전에 '욱'으로 변질됐다. 김수미는 지역감정을 다룬 영화 '위험한 상견례' 때도 발끈한 적이 있다. 당시 그녀는 "내가 전라도 군산 출신인데 연출을 맡은 감독의 할머니가 나와 같은 군산 출신이다. 함께 출연한 송새벽도 군산 출신이고, 박철민도 호남 출신이라 유독 다른 배우들보다 정이 많이 갔다"고 털어놨다. 이어 "과거 활동하던 시절엔 호남 출신이란 이유로 설움을 많이 당했다. 때문에 괜히 화가 날 때가 많았다. 심지어 호남 출신이던 내 친척은 결혼을 위해 호적까지 팠다"고 밝혔다.

왜 유독 지역감정은 사그라들지 않는 것일까. 3김 시대(김대중·김영삼·김종필)가 남긴 지역감정 유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말뚝만 박아도 당선된다는 조롱이 있었을 정도이니 혐의는 있다. 아니면 3국 시대(고구려·백제·신라)부터 전승된 지역 간 악감정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3가지(싸가지)' 없는 정치시대 때문인가. 알 도리는 없지만 어느 것 하나 혐의점 없는 사안은 없다. 지역감정이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DNA적 사고로부터 출발한다. 우리에겐 아직도 '3·3·3'의 장벽이 있다. 3김 시대, 3국 시대, ‘3가지(싸가지)’….

정치엔 가짜 깃발을 방패삼아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들이 있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그 힘의 공백을 차지하려는 치졸한 파벌들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충청도끼리는 사이가 좋은가.(충남·북끼리도 안 맞는다) 아니면 전라도 vs 전라도, 경상도 vs 경상도 끼리는 사이가 좋은가. 개개인의 능력 여부는 싹 무시하고 동향인이라고 챙기고 밀어줬기에 문제가 된다. 소주 한 잔을 해도 '자도주 원칙:지방 소주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 근거해 ‘뿅뿅뿅’만 찾는다. 마치 그게 지역사랑인 줄 착각한다. 특히 영·호남 지역에서는 더욱 뚜렷하다. 몸속 깊숙이 박힌 이 빗나간 의식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망국적 현상이다.

지역 간 주홍글씨는 어쩌면 '밴댕이 소갈딱지'를 지닌 탓도 있다. 밴댕이는 그물에 걸린 순간 분을 삭이지 못해 온몸을 '파르르' 떨다가 죽는다. 밴댕이를 잡는 어부들조차도 살아 있는 밴댕이를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하니 녀석의 조급증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물론 밴댕이 입장에서 보면 인간에게 유감이 많을 것이다. 활회, 젓갈, 찌개, 국물 등 온갖 요리에 다 사용해 놓고는 기껏 한다는 소리가 '밴댕이 소갈머리', '밴댕이 콧구멍' 같다고 하니 억울한 일 아닌가. 밴댕이는 양반들이 즐겨 찾았다는 민어, 패류의 제왕 전복, 썩어도 준치 등의 생선과 어깨를 견주며 '황제의 밥상'에 오른 귀하신 몸이다.

어찌됐든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제발 '욱'하지 말자. 일용엄니가 화가 난 것은 우리 시대가 홧병이 나 있다는 증빙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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