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치어리더 조민지·금보아
8할 이상은 길거리 캐스팅으로 뽑혀, 업체 계약후 연수·스포츠 규칙 숙지, 일당제·기본급+인센티브·연봉제 분류
경기당 15곡 소화… 발목 성한 날 없어, 스킨십·몰카 등 못된 관중 감소 추세, 원정땐 대기실 없어… 대우 달라졌으면
은퇴후 학생교육·직업인식 제고 노력

▲ 한화 이글스 조민지(왼쪽)·금보아 치어리더는 인터뷰조차도 기운이 넘쳤다. 그녀들은 사람을 북돋워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진=노진호 기자
국내 치어리더(cheer leader) 문화는 프로 스포츠의 출범과 함께 독자적인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982년 기준이니 역사도 34년이나 됐다. 그 배경엔 건강미와 섹시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었다.

일상에선 보기 힘든 치어리더들의 건강한 몸과 화려한 율동이 야구 경기와는 절묘하게 어우러져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치어리더는 이제 단순히 ‘응원’의 개념을 넘어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그라운드 지휘자’ 조민지, 금보아 치어리더를 야구장 스탠드에서 직격 인터뷰했다.

'와우~' 첫 대면에 ‘늘씬하고 예쁘다’고 하자 그녀들은 그냥 웃었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아 반강제적으로 스탠드에 앉혔다. 물론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웬만한 연예인도 부럽지 않을 인기다.

“박기량(롯데 자이언츠), 김연정(NC 다이노스) 만큼은 아니어도 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예전엔 생소한 직업인데다 노출 많은 의상을 입고, 많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춰야 하는 직업이어서 눈요깃거리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요즘엔 관중도 젠틀해져서 함께 호흡하며 즐긴다. 치어리더 보러 야구장에 간다는 사람도 많다.”

-하루 일정은.

“빡빡하다. 경기 시작 세 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미리 도착한다. 리허설과 의상, 메이크업 체크를 마치고 경기 시작 30분 전에 입장해 리딩 준비를 한다. 경기가 끝난 후 뒷정리까지 마무리해 집으로 돌아오면 12시가 넘는다. 월요일에만 경기가 없지만, 이날도 연습으로 시간을 보낸다. 즐기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치어리더다.”

프로 무대에 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세 달 정도 연수과정을 거치고 기본기부터 안무 숙지, 스포츠 룰까지 익혀야 한다. 프로에 올라가서도 연습은 멈추지 않는다. 새 안무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종목에 투입될 때마다 연습이 필요하다. 리딩하는 기술을 숙지하고,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해야한다.

-치어리더가 되는 방법은.

“우리들처럼 80% 이상이 길거리 캐스팅으로 뽑힌다. 나머지는 오디션이나 치어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팬 카페 등을 통해 선발되기도 한다. 나(조민지)는 18세 때 캐스팅됐다. 학생 때라 교복을 입고 회사에 출퇴근했다.”

-몸치라도 치어리더가 될 수 있나.

“키가 작고 못생기고 몸치여도 열정이 있다면 될 수 있다. 예뻐 보이고 화려해 보이지만, 많은 희생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감내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아 프로무대에 서는 것이다.”

치어리더는 구단과 직접 계약하지 않고 치어리더가 속해 있는 이벤트 업체와 계약한다. 대부분의 프로구단은 각 구단은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닌, 팬 서비스 차원에서 치어리더 팀을 운영한다. 관중을 끌어 모으기 위해 치어리더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우선이고, 치어리더를 향한 팬의 관심은 부수적인 효과다. 이 때문에 이벤트 업체를 선정할 때도 치어리더 팀의 인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야구 말고 일반 행사들도 뛰나.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월급이 박하다고 들었다.

“베테랑 치어리더의 월평균 수입은 150만~200만원 정도다. 소속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의 경우 일당제, 기본급+인센티브제, 연봉제 세 가지로 나뉜다. 물론 경력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다. 대부분 일당제가 적용되고 우천 시에는 구단마다 일당제의 적용 비율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급+인센티브제에서 인센티브는 경기장 응원활동 외에 각종 행사나 이벤트에 참가했을 때 받는 추가 수입을 말한다. 연봉제를 받는 치어리더는 거의 드물다.”

물론 자신들의 월급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치어리더는 언제까지 활동하나.

“평균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시작해 30대 초반까지 활동한다. 은퇴 후에는 주로 소속사의 관리직으로 근무하거나 후배 교육하는 일을 한다. 한화의 치어리더는 18~29살로 구성돼 있다.”

-남자친구는 있나.

“없다.(금보아) 그냥 언니들이랑 함께 있는 게 더 좋다.”(웃음)

-개인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개인시간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퇴근하면 자기 바쁘다.”

-개인적으로 밖에서 식사한 선수가 있나.

“(단호하게) 없다. 소속사에서 선수들과의 접촉을 금지시킨다.”

-특별히 응원하는 선수는.

“권혁 선수와 오선진 선수를 좋아한다.”

-고향이 대전인가.

“둘 다 본가가 부산이다.”

-그럼 속으론 롯데를 응원하는 거 아닌지.

“절대 아니다.(웃음) 우린 한화의 골수다.”
▲ 건강미를 앞세워 팬들과 화합하겠다는 한화 이글스 치어리더들이 무대에서 열정적인 댄스를 펼치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평상시 복장은 어떤가.

“그냥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 좋다.”

-프로야구만 응원하나.

“겨울에는 농구 치어리더도 한다.”

-한화 치어리더들의 콘셉트는 섹시인가.

“짧은 스커트와 핫팬츠로 무장하지만 섹시코드는 아니다. 구단 측에서 노출을 자제시킨다. 이글스의 콘셉트는 섹시미보단 건강미라고 말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춤을 원래 좋아했나.

“우리 둘 다 춤을 너무 좋아했다. 재즈 댄스나 힙합, 트위스트 등 모든 게 가능하다.”

-응원이 시작되면 살이 쭉쭉 빠질 것 같다.

“경기 전부터 경기 이후까지 평균 5시간을 쉼 없이 일한다. 잠깐 앉아 있을 새도 없다.”

-체력관리도 중요하겠다.

“잘 자고, 잘 먹는다. 부모님이 보약도 챙겨준다. 몸에 좋은 음식도 챙겨먹는다. 사실 많이 먹는 편이다. 살이 찔까봐 걱정도 되지만 그렇게 먹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

-못된 관중들도 있지 않나.

“카메라로 은밀한 곳을 찍는 사람도 있고, 힐끔힐끔 가슴을 쳐다보는 사람도 있다. 무대 밑에서 치어리더의 치마 속을 올려다보는 사람도 있다. 술에 취해 치어리더의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고, 심지어 허리를 끌어안는 사람도 있다. 우리 정도 경력이 되면 요령 있게 퇴치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는데 막내들은 당황한 나머지 취객들에게 끌려 다니는 경우가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하다. 치어리더의 수명이 길지 않는 이유는 춤을 출 수 있는 나이의 한계도 있지만, 사람들의 선입견도 한몫 한다.”

-그래도 치어리더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춤추는 그 짜릿함, 쾌감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의 응원문화는 완전 좋아졌다. 진상 부리는 사람이 있으면 팬들이 먼저 나서서 제지를 해줄 정도다.”

-아플 때는 어떻게 하나.

“아프면 동료 치어리더들이 대신 해준다. 아파도 늘 즐거운 척 웃는 것도 슬픈 일이다. 그래도 팬을 위해선 웃어야하지 않는가.”(웃음)

-부상도 잦지 않나.

“치어리더는 경기당 최소 15곡 이상을 소화한다. 격한 안무 탓에 발목이 성한 날이 없다. 발목이 퉁퉁 부어올라 복숭아뼈가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른 적도 수차례 있었다. 간혹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한국 응원문화의 장점은 뭐라 생각하나.

“좀 더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는 팬들이 잘 아는 대중적인 가요를 주로 응원곡으로 쓰기 때문에 흥을 돋우기에는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최고인 것 같다. 저도 일 때문에 시작했지만, 그만두더라도 야구장을 찾아 응원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것 같다.”

-원정경기 때 불편하다던데.

“홈경기 땐 괜찮은데 원정 경기(잠실·목동·인천 문학)가 문제다. 대기실이나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원정을 가면 숙소는 어떻게.

“원정 응원을 가면 모텔 생활을 해야 하는데 한곳을 정해놓고 가진 않는다. 그때그때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정한다. 불편한 점이 많다.”

-앞으로의 꿈은.

“외국 치어리더는 인정받는 직업이다. 퀄리티 높은 전문직이다. 치어리더를 널리 알리고 싶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싶다. 사람들은 치어리더에 호기심이 많지만 막상 하려는 사람은 머뭇거린다. 길거리 캐스팅을 하려고 해도 다가가면 모두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피한다. 마치 나쁜 곳으로 유인하는 듯 본다. 연락해서 확인해보면 되는데…. 당당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팬들 기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

한화 이글스엔 조민지·금보아 외에 염지원, 이은지, 임수연, 최미교 치어리더가 있다. 이들은 누가 보아도 '야구장의 꽃'들이다. 그저 온실 속 화초처럼 정해진 길을 그대로 밟아가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겪고 감당하고 이겨내며 달려간다. 선수들과 더불어 야구장의 또 다른 중심을 이루는 주인공들.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야구장에서는 한바탕 축제가 시작된다. 춤추는 여신들이 올해 가을엔 승리의 여신으로 재탄생하길 속으로 기원했다.

인터뷰를 끝내며 인증 샷을 찍는데 내 키가 제일 작았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