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물로 생계이어가는 노인들
새벽에 일어나 10시간 수거
안전사고 위험 노출되기도
폐지 값 하락에 생계 ‘막막’

▲ 10일 대전 서구 도마동에서 최 할머니가 폐지를 담은 수레를 정리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10일 오전 9시 대전 서구 도마동 원룸촌 일대. 골목길 사이 쓰레기 더미에서 최인자(73·여) 할머니의 손길이 분주하다.

최 할머니는 자신의 몸과 비슷한 크기의 수레를 끌고 수년간 이 근방의 빈 박스와 헌 옷을 줍고 있다.

최 할머니는 “운동되고 좋지. 집에만 있으면 뭐해 뭐라도 해야지”라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할머니에겐 아픈 사연이 있다.

긴 암투병 끝에 2000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게 되며 최 할머니는 홀로 남게 됐다. 자식 없이 노부부 둘이서 살아가며 금술이 좋은 소문난 부부였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최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최 할머니는 기초수급대상자로 월 40만원씩 지원을 받고 있지만 방 값으로 월 20만원을 쓰고 병원비 등을 합친 15만원까지 더하면 한 달에 5만원으로 생계를 이어나가야만 한다.

이런 현실에 할머니가 택한 일은 거리에 있는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것 밖에 없는 상황.

최 할머니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하루 동안 폐지를 수거하러 다니는 거리는 약 10㎞다.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면 허덕이는 최 할머니의 뒷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또 골목길 사이에서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차량 등으로 인해 안전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은 아찔하기만 하다. 변동을 시작으로 내동, 도마동 등 골목길을 돌아다닌 뒤 태평동에 있는 고물상까지의 길은 성인남성도 걷기 힘든 거리다.

오후 2시 태평동에 있는 한 고물상에 도착한 할머니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최 할머니가 수거한 폐지의 양은 헌 옷 6㎏와 박스 22㎏. 고물상 시세(의류는 1㎏당 500원, 박스와 종이류 1㎏당 110원)에 할머니가 하루 동안 수거해온 일당은 5200원이 전부인 셈이다.

고물상 주인에게 돈을 받으며 최 할머니는 “평소 3000~4000원을 받았지만 오늘은 많이 나온 편”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는 이어 “어느 순간부터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노인들이 길바닥으로 나와 경쟁이 붙었다”며 “폐지 값도 점점 떨어지고 있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힘들다”고 했다.

다른 이에겐 쓰레기로 보이는 물건이지만 할머니에게는 생계의 밑천이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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