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전홍표 본사 충남본부 차장

중국의 수호지에 복마전이란 말이 나온다. 북송(北宋)시대에 전염병이 돌자 왕이 용호산에 있는 도사에게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 신하인 홍신을 보냈다.

용호산에 도착한 홍신은 잠시 주변을 구경하다 마귀가 숨어있는 전각이라는 뜻의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이 걸린 전각을 보게된다.

홍신은 함부로 열어서는 안된다는 안내원의 만류가 있었으나 호기심을 못이겨 강제로 문을 열었고 그속에 갇혀있던 108명의 마왕이 사방팔방으로 뛰쳐나와 악을 퍼뜨리며 천하를 어지럽히게 됐다. 갖가지 범죄와 나쁜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게 벌어지는 요즘 사회가 마치 복마전에 다름 아니다. 선과악의 경계가 사라지고, 옳고 그름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매사가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풀려가는 희한하고 혼돈스러운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요즘 충남도의회를 보면 ‘복마전’이란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최근 일련의 상황을 엿보면 도의회의 본래의 기능인 집행부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의원들 개개인의 활동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다양한 의정활동을 전개해 나가면서도 알맹이가 빠진 듯한 허한 느낌은 제10대 도의회 출범한지 1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한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도정 및 교육행정 주요정책 특별위원회(특위)' 구성 문제만 봐도 그렇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특위 구성을 제안하며 충남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주요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의 재추진 여부를 검토하는 동시에 부진사업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란 명분을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과 기준에서 새누리당이 내세운 명분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평택·당진항 도계분쟁 발생 원인, 황해경제자유구역청 및 안면도관광지 개발 실패 분석, 3농혁신 발전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도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에 공감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한번의 특위 구성 연기를 결정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에 부딪치는 진통끝에 9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힘겹게 특위가 구성됐다.

정치적인 색채가 강한 특위 구성이라는 반대 여론에 도의회가 지켜야할 핵심 가치를 자칫 망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그나마 제자리를 잡아가게 됐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복마전 의회라는 비판을 벗어던지기 위해서라도 이번 특위를 통해 심도있는 정책적 발전 방안 제시가 도의회에 요구되고 있다.

이제 충남도 발전이라는 한 푯대를 향해 도의회 존재 가치를 확인해 줄 때다. 물론 정치적인 접근이 검은 속내라면 오히려 도의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오로지 순수한 정책적 접근으로 충남도 발전을 위해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모두 머리를 맞대기를 주문하고 싶다.

210만 충남 도민들의 희망을 도의회 의원들 개개인 가슴에 새겨주고 싶은 이유다.

도의회 여야 모두 당리당략,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복마전이 아닌 희망을 가슴에 품고 도민과 충남도의 발전만을 생각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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