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감염병 치료와 함께 격리병동 갖춘 의료시스템 필요”
의료계 “공공의료원 주로 찾는 저소득층 환자 갈 곳 잃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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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대전지역을 강타하면서 ‘시립의료원 건립’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선 지역 정치권과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엄격한 감염 관리를 위해 공공의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전문가 그룹과 지역 의료계에서는 “메르스 발병 이후 공공의료원의 감염병 격리병원 지정이 소외계층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시립의료원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22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관련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메르스가 한풀 꺾인 만큼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시립의료원 건립이 상당히 명분도 있고, 꼭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며 "감염병 치료와 함께 격리병동을 갖춘 시립의료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권 시장의 발언 중 ‘감염병 치료를 위한 격리병동’을 두고, 지역 의료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내용이 당초 시립의료원 설립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고, 공공병원이 격리병원으로 지정될 경우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올 수 있어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메르스 확산 이후 서울시는 서울의료원을 포함해 공공병원인 보라매병원, 서북병원 등에 메르스 격리병상을 확보한 바 있다. 이에 일반 환자들이 퇴원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공공병원을 주로 찾는 저소득층 환자들이 갈 곳 없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메르스 감염을 우려한 타 병원들이 이들 환자를 받아주지 않으면서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사례까지 일어났다. 이를 두고 지역 의료계에서는 권 시장의 발언이 신중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의료계 인사는 “당초 사업계획에도 없던 것을 갑작스럽게 추가한다는 것은 결국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공약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적자운영이 유력한 공공의료에 전문적인 부분까지 추가해서 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데 그런 것 없이 언급부터 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 저소득층 환자들이 공공의료원에서 내몰리는 모습을 보면서 시립의료원이 건립된다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건립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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