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보건환경연구원 가보니]
하루 수십건 감염 여부 검사
객담 샘플 '생체폭탄' 다루듯
연구원 3명이 24시간 강행군
"너무 힘들지만 사명감으로”

▲ 대전 보건환경연구원 생물안전연구동은 대전지역 내 메르스 의심자들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는 ‘메르스 최전방 방어’다.
‘우리는 메르스 최전방 방어대.’

17일 대전시보건환경연구원 연구동 현관에는 이런 글씨가 붙어있었다. A4용지로 급하게 붙여 놓은 듯한 글씨는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이하 보건연구원)의 긴박감과 절실함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보건연구원은 지난달 30일부터 메르스 감염 여부(1차)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8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확진자 판정 권한(2차)을 넘겨받은 이후 총 5명의 지역 내 확진자를 검사했다. 그동안 이곳을 거친 검사는 271건에 달한다.

전신보호복을 입고 김종헌 보건환경연구원장의 안내로 들어선 보건연구원 생물안전연구동의 분위기는 무겁다 못해 살벌했다. 이 연구동에서 메르스 관련 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이미 메르스 관련 검사가 한창이었다.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생물안전 3등급(Biosafety Level-3) 실험실에는 갑갑한 전신보호복과 덧신, 장갑, 보호경을 착용한 질병조사과 소속 김미정 연구사가 신중하게 3중 밀폐용기에 담긴 격리자의 객담(기도점막에서 체취한 분비물)샘플을 꺼내고 있었다.

객담 샘플은 언제든지 메르스 바이러스를 품은 ‘생체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는 탓에 모든 검사과정이 긴장의 연속이다.

김 원장은 “바이러스 감염은 연구사라고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설명했다. 이른 오전에 실험실로 들어간 김 연구사가 땀에 흠뻑 젖은 채 실험실 밖으로 나온 시간은 오후 5시가 다 된 저녁시간이었다. 실험실에 있는 동안 식사나 생리현상 해결은 꿈도 못 꾼다.

보건연구원은 현재 3명의 연구사가 맞교대 형식으로 검사를 전담하고 있다. 수시로 밀려드는 검사 샘플을 신속하게 처리하다보니 연구사들은 사실상 24시간 강행군이다. 이런 생활이 보름째로 접어들었다. 연구사들은 그동안 퇴근을 하지 못했다. 잠시 토막잠을 자는 것도 요즘은 사치다.

김미정 연구사와 함께 근무하는 김정아 연구사는 “극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한 게 벌써 보름이 넘었네요. 하루에 2시간만 잘 수 있어도 소원이 없겠어요”라고 말했다.

샘플 1건을 검사하는데는 6시간이 걸린다. 이날 오전에만 서구보건소로부터 2건의 검사 의뢰가 들어왔고, 오후 5시 무렵에는 6건으로 늘었다. 이것이 다시 10건으로, 10건이 20건으로 불어나기 일쑤라고 했다.

김정아 연구사는 “낮이건 밤이건 새벽이건 24시간 검사 샘플이 접수되고 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라면서도 “그나마 지역의 건강과 메르스 방지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헌 보건환경연구원장도 “너무나 열악한 인력과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지난 6일 이후 지역 내 메르스 의심자 발생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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