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판사·전문가 도보여행
내일부터 지리산 11박 12일
단순 계도 아닌 치유·성찰의 기회
지난해 최초 시행 성과 인정 받아

‘비행 청소년’의 올바른 삶을 위해 가정법원 판사와 청소년, 전문가들이 도보여행을 떠난다.

대전가정법원은 16일 ‘고위기 청소년과 함께하는 지리산 둘레길 700리’라는 주제로 18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지리산 도보여행을 떠난다고 밝혔다.

도보여행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소년부에 송치된 청소년들로 비행 사건만 10건이 넘거나 계속된 비행으로 구속돼 교도소에 수감되는 등 전국 5개 가정법원에서 심리 중인 보호 소년들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월 대전가정법원의 소년보호협의회에서 유낙준 성공회 대전 나눔의 집 지도사제는 손왕석 대전가정법원장에게 프랑스의 ‘쇠이유(문턱·Seuil) 협회’의 사례를 소개했고, 얼마 후 가정법원은 유 신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제1회 로드스쿨’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프랑스 퇴직 기자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설립한 청소년 교화 단체인 ‘쇠이유’는 도보여행을 통해 비행청소년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고 있다.

비행청소년과 어른 동행자가 세 달 동안 2000㎞를 함께 걸으며, 앞으로 삶에 놓인 사회의 ‘문턱’을 넘는 혁신적인 교육법으로 유명하다. 지난해는 ‘로드스쿨’로 불렸지만 올해에는 ‘길위학교’로 명칭이 변경됐고, 이 프로그램은 한국판 ‘쇠이유’로 불린다.

대전가정법원이 지난해 최초로 시행해 그 효과를 인정받았고 올해는 서울과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5개 가정법원이 공동으로 시행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위기 청소년 10명과 청소년 전문가 11명 등 20여명은 18일 오전 9시 대전가정법원 대회의실에서 출정식을 연 뒤 전북 남원시 주천면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5개팀으로 나눠진 청소년들은 하루 약 20㎞씩 열이틀 동안 지리산 둘레길 260㎞를 걸으며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불러온 지금의 결과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의 발걸음에는 청소년 전문가뿐만 아니라 소년들에 대한 처분 수위를 결정하는 가정법원 판사들도 동행해 소년들의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줄 계획이다. 특히 소년들은 일정 구간을 말없이 걸으며 자신을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묵언수행'을 하는가 하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청소년 전문가와의 상담 시간도 마련됐다.

밤에는 야영이나 민박을 하며 자연스럽게 공동체 생활의 기쁨도 배울 수 있도록 꾸며졌다.

신한미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청소년들에게 건설적인 사고를 함양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재비행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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