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경철수 정치경제부장

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 황제 도공에게는 사마위강이란 유능한 신하가 있었다. 그는 법을 잘 지키고 원칙에 충실한 신하였다. 그런데 그의 동생인 양간이 군법을 어기자, 그의 마부를 잡아다가 목을 베어 죽였다.

이에 양간이 그의 형 도공에게 호소하기를 사마위강이 권력을 남용해 왕실을 능멸하고, 제 마부를 죽였다고 했다. 도공은 사마위강을 잡아오라 명했고, 이 때 양설이란 신하가 사마위강을 두둔하면서 ‘사마위강이 그런 일을 했다면 반드시 연유가 있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실제, 도공이 알아보니 마땅한 연유가 있었고, 사마위강을 더욱 신임하게 됐다. 이후에 정나라가 송나라를 침범하자, 도공은 사마위강으로 하여금 연합군을 편성해 지휘토록 했고, 큰 공을 세워 값진 하사품을 내리려 했다. 그런데 사마위강은 이를 거절하면서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대비하면 근심이 사라지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도공은 이러한 사마위강의 도움을 얻어 마침내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됐다. 이 때 사마위강이 도공에게 한 말이 바로 ‘미리 준비돼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 만고불편(萬古不變)의 진리가 요즘 새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 버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 여파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지난 역사 속에서 해상국가와 대륙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유독 외침이 심했던 우리나라는 세계 그 어느나라 보다 국난극복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요즘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불과 1년 2개월여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교훈마저 잊어버린 듯 하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에도 정부는 ‘컨트롤 타워’ 부재로 우왕좌왕 하는 사이 수많은 학생들을 수장시키는 가슴아픈 경험을 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달 메스르 확진환자가 처음 발생했는 데도 막연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해당병원의 이름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수백명의 학생들이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위험에 노출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의 정보공유 부재를 탓하며 지역재난대책본부 차원의 대응체계를 꾸리면서 충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당시 제 때 탈출 방송을 하지 않아 더 큰 참사를 불러왔던 당시의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도 적잖다.

정부는 뒤늦게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지방정부와의 공조를 해명하기에 이르렀지만, 턱없이 부족한 음압병상 때문에 지방정부에 확진환자 수용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일부 언론들은 이를 놓고 지역이기주의 운운했지만, 이는 앞서 조류독감(AI)과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사례에서 보듯 전염병 매개체의 이동을 최대한 제한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인 지역사회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 등 6년마다 전염병 팬데믹(대유행) 공포가 엄습하며 국민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제 때 대응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가 안타깝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후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전염병관리시스템은 빠지면서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급기야 지난 9일 열린 제340회 충북도의회 임시회에서 이숙애 의원은 ‘전염병관리시스템의 체계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더 늦기전에 이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국가전염병관리체계의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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