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개원하며 의장·부의장·당대표 등 위상 높아져
성완종 파문에 충청대망론 식어… 총선 앞두고 인물난 대두

충청 출신 정치인들이 국회를 비롯한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19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충청권 전성시대’라고 불릴만큼 수 많은 지역 출신 인사들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20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뚜렷한 행보를 보이는 충청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2012년 19대 국회 개원을 전후로 국회와 정당의 요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상반기 국회의장에 새누리당 강창희 의원(대전 중구), 부의장에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통합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이 각각 임명되면서 지역에 낭보를 전해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등도 중앙정가에 족적을 남겼으며, 박근혜 정부 들어 대전 출신의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심대평 대통령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등이 중용되면서 충청권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이 원내대표에 이어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국무총리 자리까지 꿰차며 이른바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폈지만, 올해 초 벌어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 즉 ‘성완종 리스트’ 사태로 총리직을 사퇴하고 검찰 조사까지 받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이 사태를 기점으로 충청 정치인들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행보 역시 좁아졌다. 여권은 물론 야권 정치인들까지 ‘충청 출신’이라면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충청권 출향 명사 모임인 백소회의 멤버 대다수도 지난 22일 열린 월례회에서 “성 전 회장과 관련된 사건 때문에 ‘양반 기질’의 대명사로 불리던 충청인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지난 2월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이라는 요직을 맡았던 양승조 의원(천안갑)도 4·29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3개월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제 중앙정치권에서 눈에 띄는 지역 출신 인물은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논산·계룡·금산)이나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공주)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정당이나 인맥을 통해 중앙정치권으로 발돋움하려는 노력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지역의 성원에 힘입어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과거처럼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의 발탁에 힘입어 중앙정계에 나서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향에서 역량을 키우고 민심을 충분히 얻어 자연스럽게 중앙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레벨에 도달하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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