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유재성 대전동부경찰서장

가정은 우리가 삶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이며, 때론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노와 갈등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안식처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가정이 내·외적인 문제로 그 기능을 상실할 경우 이는 범죄·일탈행위와 같은 사회적 불안감의 증대로 이어지는데, 그 대표적인 요인이 바로 가정폭력이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의 약 70%가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범죄라고 하니, 이제 가정폭력은 단순히 가정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가정폭력이 크게 증가하며 폭력의 정도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가정폭력 발생건수는 2011년 6848건에서 2014년 1만 7557건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살해당한 여성이 69명 이상이고, 살인미수도 95건에 달했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이에 경찰은 여성청소년 수사팀을 발족, 모든 가정폭력 사건에 전문인력을 투입해 원활한 사건 처리를 도모하고 있다. 가정폭력 솔루션팀을 운영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가정방문과 리콜 서비스를 통해 사후 모니터링을 하고 가정폭력 예방교육도 병행한다.

동부경찰서도 자체적으로 가해자 대상 ‘행복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가정폭력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면서, 피해자들이 관련기관에서 원활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홍보하는 ‘알려드림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일부는 경찰 신고로 오히려 불화가 심해질까 걱정하기도 하지만, 우려와 달리 근래 가정폭력 사건 처리는 형사처벌이 아닌 가정의 회복과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정의 문제를 감추고 덮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공론화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원만히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많은 분들이 피해를 회복하고 가정의 평화를 되찾았으며, 경찰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는 신고자의 적극적인 해결의지에 더해 경찰과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 신고율은 아직도 저조한 수준이다. 이는 가정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아직도 사회에 잔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수의 가해자들이 스스로의 행위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부정적 시선 또한 여전하다.

가정폭력은 그저 하나의 가정사가 아닌 명백한 범죄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지기에 타인이 알아채기가 어려운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성이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있어 빠른 시기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만약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를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주변 지인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 경찰이나 관계 기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우리 모두가 가정폭력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갖고 대처할 때 비로소 화목한 가정,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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