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종 전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지 8일 만에 환자가 7명으로 늘어나 메르스 환자 다발국가로 지목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안이하게 대처하던 보건 당국이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외래 전염병이 우리나라에서 극성을 부리는 이유를 엄중히 따져볼 일이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40%가 넘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2003년 전 세계에서 8000여명이 감염돼 800여명을 숨지게 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원인균이 같은 계열이다. 증세도 비슷해 '중동판 사스'로 불린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래 아직껏 감염 원인이 밝혀진 바 없고 치료제도 없다. 그런데도 첫 환자 발생이후 보건당국의 대처 능력은 그게 아니었다. 무능한 탓에 더 큰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최초 감염자에 대한 검역절차도 허술했을 뿐더러 환자발생 이후 전염 차단을 위한 기본적인 절차나 대응지침이 가동되지 않았다. 환자의 딸이 스스로 이상한 증세를 자각하고 자신을 격리 치료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묵살 당했다. 첫 환자의 부인, 같은 병실을 쓰던 다른 환자, 그리고 의료진에까지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초기 격리수용 대응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결국 2차 감염을 막지 못한 셈이다.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첫 환자와 가까이서 접촉했던 사람이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또 다른 파장이 일고 있다. 그 당사자는 메르스 의심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중국 출장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2차 감염자에 의한 전염, 즉 3차 감염자 발생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스럽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이지만 그걸로 면책되는 게 아니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국가대응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메르스 주요 증상은 38℃ 이상의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을 들 수 있다. 심한 감기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 시중에는 열이 나고 기침만 해도 혹시 메르스가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메르스 불안으로 인한 국민 불신의 정도가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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