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백행운 을지대학교 대학원장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최근 '마리한화'라는 별명이 생겼다. 알 만한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다 잘 알 것이다. 만년 꼴찌로 각인되어있는 팀이 새로운 감독의 영입으로 변신에 성공하자 모이는 사람들마다 야구 이야기로 꽃이 피고 있다. 그러나 불안감도 높아진다. 열광의 뒷그림자는 혹사당하는 선수들의 부상이다.

스포츠계에는 믿을만한 속설이 있다. "스타선수가 이유없이 부진하면 숨겨진 부상이 있다"고.

자석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많은 몸에 맞는 공에도 끄떡없던 출루머신 추신수가 작년에 끝없이 부진했던 이유는 수술할 정도로 심각한 두 군데의 부상이 있어서였다. 좀 더 과거로 가면 약물의 시대에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올리며 분전했던 박찬호가 '먹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도 부상 때문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국민스타 류현진의 어깨수술 뉴스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뼈는 실로 놀라운 강도를 갖는다. 20배 중량을 지탱하고 콘크리트의 4배 강도를 갖는다. 라이터만한 크기로 10t을 지탱한다. 아무리 좋은 첨단재질로 된 인공관절이라도 몇 년 버티지 못하지만 사람의 관절은 100년을 간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면 손상부위가 재생되는데다 최고 성능의 관절액이 분비되어 윤활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 근육과 조직이 미세하게 손상된다. 그러나 손상이 복구되면서 재구성되기 때문에 더 강해진다.

이것이 트레이닝의 효과이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절대적인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관절과 근육이 손상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과다사용' 때문이다. 과도한 트레이닝으로 인한 손상 중에는 무릎 손상이 가장 흔하다. 그리고 팔꿈치, 어깨, 햄스트링, 아킬레스 건 순서로 잘 다친다. 회복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트레이닝'이 문제이다.

여기에는 지나친 경쟁심도 한 몫한다. 스포츠 강국 미국에서는 선수들에게 매우 체계적인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답답할 만큼 기간이 더디다. 그러나 이는 축적된 스포츠 의학 연구와 오랜 경험을 통한 과학이 숨어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유망주들이 어릴 적부터 승부에 투입돼 혹사당한다. 스포츠 의학과 생리학 이론이 부족한 지도자는 가미가제식으로 선수들을 몰아간다. 일본에서는 마쓰자카, 다나카, 후지카와 같은 뛰어난 투수들이 쓰러져 갔다.

비시즌 중에는 휴식을 하며 손상된 부위가 회복될 절대시간이 필요한데도 시즌이 끝나자마자 '마무리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비시즌 중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가대항전에 국가대표로 차출되면 스타선수들의 관절손상은 절정에 달한다. 치열한 승부에 몸을 다시 한번 극한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국가대표로 매번 차출되었던 박지성과 박찬호, 류현진은 이때 몸이 결정적으로 망가졌다고 볼 수 있다.

어린 유망주들이 탐욕스러운 팬들과 지도자들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지도자들은 운동손상과 예방 및 재활에 대한 지식의 업그레이드가 정기적으로 부과돼야 한다. 팀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재활 시스템이 확보돼야 하고 비시즌동안 휴식이 보장돼야 한다. 운동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휴식과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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