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요트 세계일주 성공 충청 출신 김승진 선장
세계일주 거점 왜목항… 전세계 주목하는 미항 부상
마리나항 유치 전기… 정부, 내달 연구용역 발표 예정
해양 관광벨트 육성 기대… "충남을 아시아 지중해로"

▲ 요트 세계일주 대기록을 세운 김승진 선장이 포클랜드 제도를 지나 대서양을 항해하고 있다. 사진은 가장 중요한 마스트(돛대) 위에서 바다의 상황을 관측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승진 선장 제공
해양모험가 김승진(53) 선장이 국내 최초로 단독·무기항·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했다. 세계 여섯 번째 대기록이다. 그는 장장 210일간 적도와 피지, 칠레 케이프혼, 남아공 희망봉,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을 거쳐 총 4만1900㎞(2만2600해리)를 항해했다.

지구 한 바퀴 거리인데, 하루에 200여㎞를 밤낮없이 달린 셈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새벽 5시 인터뷰 자료를 최종 정리하고 당진 왜목항을 향했다.

김 선장과의 인터뷰는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르포는 왜목(당진)의 마리나항 유치에 공을 들이는 김 선장의 열정에 초점을 맞췄으며 김 선장 세계일주 풀 스토리 기사는 추후 특집기사로 게재된다.

김 선장은 대한민국의 영웅이자 충청도(충북 청주 출신)의 자긍심이다. 그는 왜, 당진 왜목항을 세계일주 시작과 끝의 거점으로 택했을까. 인천 송도, 경기 화성(전곡), 부산, 통영 등 기라성 같은 마리나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프라가 전혀 없는 왜목항을 선택했다.

왜목항은 밀레니엄행사 이후 그저 해맞이 명소로만 알려진 작은 어촌이다. 그러나 '왜목항'은 김 선장의 세계일주 성공 이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바라보는 천혜의 미항(美港)이 됐다. 1969년 처음으로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했던 영국의 로빈 녹스 존스턴도 김 선장의 성공을 축하해왔을 정도다.

김 선장은 "충남도(안희정 지사)와 당진시(김홍장 시장), 해양수산부(유기준 장관), 지역민의 지원이 가장 컸다. 아라파니호에도 세 곳의 로고를 크게 새겨 세계 속에 알렸다"며 "전국 여러 시에서 불붙은 마리나항 유치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양건도 충남'을 선언한 안희정 지사의 3대 특화항만 육성 카드와 맥을 같이 한다.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과제로 추진 중인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국내 해양레저 수요에 부응하고 중국 슈퍼요트 유치 등이 가능한 국제적 수준의 마리나항만 조성을 위한 것이다.

향후 지역경제 활성화와 내수경기 진작에도 큰 역할이 기대되는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300억원의 국비가 지원되는 이 사업은 현재 충남에서 당진 왜목항의 단독 신청이 점쳐지고 있다.

김 선장은 "왜목은 마리나항만이 되기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다른 지역과의 접근성 및 다양한 개발 가능성이 우수하고 기존 관광 인프라와의 연계성도 뛰어나다"며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도와 지자체, 정치권은 물론 지역민의 역량 결집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달 발표예정인 제1차 국가 마리나항만 수정계획 연구용역 발표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마리나항만 개발은 충남이 서해와 수도권, 중국을 연계한 해양관광 레저 산업을 육성하는데 주춧돌이 될 것"이라며 "충남이 아시아의 지중해로 발돋움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2015~2018년 총 사업비 380억원(민자 포함)을 들여 어촌 마리나 조성에 나설 예정이다. 충남지역에만 2020년까지 최대 1000척의 마리나를 수용할 수 있는 10개 안팎의 마리나항만 개발사업이 추진된다.

이처럼 마리나항만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요트와 모터보트 등 레저선박을 활용한 레포츠뿐만 아니라 스킨스쿠버 다이빙, 도서간 관광교류 활성화, 마리나항만을 거점으로 한 육상 관광권과의 연계 등도 가능해 포괄적인 해양 관광벨트 육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라파니(호)는 바다의 순우리말 '아라'와 달팽이의 순우리말 '파니'를 합쳐지었다. 달팽이는 느리지만 멀리 여행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선장은 세계 미항을 모두 섭렵한 사람으로 누구보다도 마리나항만 개발에 열정적이다.

요트 세계일주 대기록을 세운 충청인 김 선장의 '아라파니'처럼, 당진 왜목항이 잠깐 관심을 받다가 잊혀지는 곳이 아닌, 21세기를 보고 멀리 출항하는 마리나의 거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진(왜목항)=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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