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선화동 ‘한밭칼국수’
고소한 ‘뽀얀 두부’ 겉절이와 금상첨화, 멸치육수·대파와 함께 본연의 맛 구현

휘황찬란한 도심 속에서 정겨운 풍경과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한밭칼국수(이하 한밭)를 추천하고 싶다.

대전 선화초등학교 맞은편 골목 안쪽에 위치한 한밭의 모습은 32년 역사 그대로다.

옛날 막걸리집을 떠올리게 할 정도여서 ‘보잘 것 없다’고 느낄 수 있는 외관이지만,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는 모습이 참 구수하다. 한밭의 음식은 맛은 물론이고, 양이 푸짐하고 가격도 착해 미식가들의 발길이 붙잡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점심시간이면 자리를 잡기 어려워 발을 동동구르는 이들이 속출한다. 대표요리는 ‘두부탕’. 냄비에 기본양념장만 넣은 벌건 국물과 크게 썬 대파, 두부가 꾸밈없이 함께 담겨 나온다. 특별한 다른 재료를 넣지 않고 남해 산 멸치로만 육수를 우려내, 멸치 본연의 깊은 향과 맛으로 고소함을 낸다.

▲ 두부탕
뽀얀 두부는 유난히 부드럽고 고소해 입안에서 금방 뭉게진다. 한밭의 유일한 밑반찬인 배추 겉절이에 싸먹으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이로 인해 맵지 않고 목 넘김 뒤끝에서 얼큰한 맛이 우러나온다. 열기를 참으며 국물을 넘기다 보면 뒷골에선 연신 땀으로 적셔진다.

두부탕의 생명인 두부는 김은숙(62) 사장이 선별한 공장에서 특별 주문해온다.

두부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얼음에 재워진다는 것도 특징이다. 재밌는 점은 사실 두부탕이 두부두루치기의 실패작으로 탄생했다는 점.

본래 김 사장은 두부두루치기를 만들었으나, 결과물은 항상 국물이 많았다고 한다. 실패한 두루치기라고 생각했지만 손님들은 이 ’실패작’에 열광했다.

결국 아예 탕으로 만들어 달라는 손님들도 나왔다니 ‘우연이 만든 성공’이 따로 없다. 두부를 건져 먹고 남은 국물은 칼국수 사리의 차지다. 어마어마한 양의 칼국수 사리를 남은 국물에 넣고 다시한번 끓이면 또 다른 별미가 된다.

▲ 볶음밥
국물은 조금씩 점성을 띠게 되고, 맑았던 국물 맛은 깊이를 더한다. 사리를 다 건져 먹었다고 끝이 아니다. 바닥에 깔린 걸죽한 국물에 밥을 볶아먹으면 세 번째 별미를 느낄 수 있다.

김과 밥, 참기름이 달궈진 냄비 위로 투하(?) 되면 ‘자글자글’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내가 퍼져 젓가락에 이어 숟가락을 들게 한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표> 맛집 별점
★★★★
한 가지 음식으로 3가지 음식 맛 볼 수있음
서비스 ★★★★
빨리 나오며 푸짐… 점심·저녁 예약 필수
청결 ★★
고향의 정겨움… 깔끔하지는 않은 편
가격 ★★★★
착한가격 업소. 두사람당 두부탕 1개면 충분
접근성 ★★
골목길 사이를 헤맬수도… 주차시설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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