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골목의 재발견 8 - 은행동 목척시장 골목>
목척4길 위치 ‘쇠락·소생기운’ 동시에, 골목마다 깃든 따뜻한 정취 느껴져
다양한 건축양식 담긴 ‘카페 안도르’, 골목 벽화·아트프리마켓 볼거리 풍성

▲ 목척시장 골목 곳곳에는 각종 벽화가 가득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복잡한 중심지를 벗어나 한적하지만 소소한 감성이 깃든 곳을 찾는 이들의 위안처를 소개한다. 대전 중심지인 대전도시철도1호선 중앙로역에서 불과 1㎞도 떨어지지 않은 곳.

중앙로역 네거리와 선화 네거리 사이에 위치한 6차선 대로에서 대전천 방향으로 뻗은 골목에 들어서면 뜻 밖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쇠락과 소생의 기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 바로 ‘목척시장골목’이다.

선화초등학교 귀퉁이에서 중앙로 쪽으로 나아가는 목척4길에 조성된 이 시장은 뜻밖에도 ‘황량하다’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진기름집, 시민닭집, 목척방아간, 연산상회 등 문을 연 점포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쇠락했지만 골목골목에 깃든 정취는 그만큼 깊고 따뜻하다.

가장 진한 향취를 풍기는 공간은 골목 초입의 ‘카페 안도르’다. 이 근방의 문화중심이기도 한 안도르는 좀처럼 유례를 찾기 어려운 외관 탓에 행인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기본형태는 한옥이다.

높게 솟은 지붕은 한옥 기와를 얹고 있다. 그런데 건물 정면에 불뚝 튀어나온 창과 우측의 출입문은 분명 서양식이다. 반면 내부 곳곳에 장식된 나무 구조물은 일본식 구조가 엿보이는 ‘이상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카페를 운영 중인 김산 대표에게 물으니, 192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건물로 추정되는 옛 ‘대전부윤(대전시장) 관사’란다.

정확한 역사를 알 수는 없지만 처음에는 한옥집이 지어졌다가, 관사로 쓰이면서 창과 출입문을 증축한 듯하다.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면서 일본건축의 색채까지 더해졌고, 지금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을 갖게 됐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오랜 과거와 현재의 대화, 마치 목척시장의 현주소를 집약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비단 안도르 뿐만이 아니다. 지금의 목척시장골목은 쇠락한 과거를 벗어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의 활용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대전 아트 프리마켓’이 대표적이다.

아트 프리마켓은 대학생과 청년층이 주축이 된 ‘대전문화협동조합’이 진행하는 자발적 문화행사다. 3월~11월 매달 첫째·셋째 주 토요일 진행되는 아트 프리마켓은 벼룩시장, 공연·전시,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들로 채워진다.

열리는 장소는 안도르와 한밭칼국수 사잇길 일대. 좁은 골목이지만 문을 닫은 상점과 앞, 사람들이 지나는 사이사이에 아트상품과 생활소품, 잡화들이 ‘좌판’에 즐비하게 늘어선다. 마켓 중심부와 안도르 마당에서는 지역 인디밴드의 음악공연도 성행한다.

둔산동이나 유성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평소 한적한 골목이 활기를 띠고, 젊음의 기운이 충만해지는 시기기도 하다.

안도르나 아트 프리마켓이 아니어도 목척시장골목을 찾을 이유는 또 있다.

골목 곳곳에 자리잡은 벽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에서 대전천 쪽으로 조금만 가면 나오는 주택가. 오밀조밀 좁다른 골목 담벼락에는 인형, 풍선, 해바라기 등 각종 그림이 가득하다. ‘목척시장에 부는 바람’을 취지로 지역 작가들이 그린 작품들이다.

고상한 아름다움이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과거부터 이어진 지역의 문화와 소소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목척시장 골목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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