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짝 맺어주는 옥천 대성사 혜철 주지스님
2005년 농촌총각 짝 지어주려 출발,
결혼 적령기 넘긴 불자가족 꽤 많아,
매주 일요일 법회 전국남녀로 북적
인구정책 국민추천 대회 국무총리상,
여성 30세 이전에 배우자 찾는게 좋아,
7대 종단 성직자와 종교인 화합 일조

▲ 옥천 대성사 주지 혜철 스님은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이 행복한 삶의 지름길이라고 설파한다.
▲ 옥천 대성사 주지 혜철 스님이 선남선녀 만남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대성사 제공
옥천에 있는 대성사(태고종 사찰) 주지 혜철 스님은 '중매쟁이 스님'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스님은 결혼이야말로 종교를 뛰어넘는 국가대계(大計)라고 생각한다. 10년 전 청춘사업에 뛰어들어 벌써 1800쌍의 인연을 맺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접 기사도 쓰고, 사진과 동영상도 찍어 온라인뉴스를 양산하는 신세대급 종교인이다. 육영수 여사 생가 맞은 편 사찰에 예고도 없이 찾아가 덥석 만났다.

-스님이 중매쟁이라니 좀 낯설다.

"수행자 본분을 잊은 게 아니다. 다양한 수행과정 혹은 출가행(出家行) 중 하나일 뿐이다. 혼기 가득 찬 외로운 미혼 남녀들에게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는 일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첩경이다. 소중하지 않은 인연은 없다. 돌, 바람, 소소한 물건까지도…. 불교에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는데,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은 행복한 삶으로의 지름길이다."

-어떻게 시작됐나.

"2005년 2월, 농촌총각들 짝을 지어주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카페를 개설하고 신청자 등록을 받았다. 하지만 계획은 빗나갔다. 농촌총각과 만나려는 여성이 없었다. 방향을 틀어 도시 총각으로 확대했다. 결혼 적령기를 넘기고도 상대를 찾지 못하는 불자가족이 의외로 많았다. 처음엔 월1회 중매를 섰는데, 이젠 주1회로 사이즈가 커졌다."

산사에 묻혀 설법하고 화두를 던지는 면벽수행의 침묵보다는, 밖(外)을 향하고 대중을 향하는 포교의 방법이 달랐다. 일반적인 사찰의 경우 초하루, 보름에 법회가 열리지만 대성사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법회가 열리고 있다. 이 법회에는 주변의 불자들도 참여하지만 전국에서 찾아온 수많은 선남선녀들이 대웅전을 가득 메운다. 혜철 스님의 남다른 노력에 의한 결과다. 세간에 '커플매니저 스님'이라고 다소 '가볍게'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짝을 찾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이야말로 숙명 같은 거라고 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스님이 수행을 해야지, 왜 그런 걸 하느냐는 시선이 많았다. 더구나 사찰이 붐비면 행사운영비 부담이 커지고, 회원들의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현행법상 결혼중개업소로 신고하지 않고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어 신뢰도가 떨어지는 맹점도 있었다. 결혼에 실패한 회원들이 항의하는 일도 생겼다."

-그런데도 왜 '선남선녀 짝 맺어주기'에 열성적인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남녀를 결혼시켜야 한다."

-그건 정부가 할 일 아닌가.

"현실이 어디 그런가. 정부는 출산율이 너무 낮다고만 떠들지, 각론에 들어가면 너무 안이하다. 정부가 결혼에 직접 개입해야한다. 결혼하는 방법, 집 장만, 직장까지도 신경써줘야 옳다. 안정된 가정을 가져야 아이를 낳을 것 아닌가. 우리나라 30~40때는 결혼준비, 혼수 계획만 세우다가 날 샌다."

대성사는 중매 프로그램과 출산장려사업으로 보건복지부의 인구정책 국민추천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결혼을 못하는 이유가 또 있을까.

"욕심이다. 요즘 사람들은 결혼을 통해 팔자를 고쳐보려고 한다. 상대가 최고로 예뻐야 하고, 또 직업도 좋아야 한다면서…. 말이 안 된다. 꼭 필요한 성향(마음과 마음의 교류)의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성을 찾는 게 아니라 이상을 좇고 있다.”

-지금까지 몇 쌍이나 연결해줬나.

"1805쌍이 맺어졌다. 온라인 카페(cafe.daum.net/dasungsa/)'에 등록된 정회원과 카페회원은 모두 1만8000명에 달한다. 2011년 방송출연 후 신청자가 쇄도했다. 첫 모임을 했을 때 전국 각지에서 1000명이 몰려오더라."

-회원 등록기준은.

"서류(재직증명서·건강 확인서·졸업증명서)를 본다.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춰야 결혼생활도 실패하지 않는다. 웬만한 결혼정보업체 못지않게 회원관리를 체계적으로 한다. 나이, 집안 배경, 직업, 학력, 종교 등 철저한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해 커플을 연결해주고 짝을 찾을 때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임한다."

-중매쟁이 10년, 결혼 노하우가 있을까.

"결혼을 생각하는 여성들은 30세 이전에 배우자를 찾는 것이 좋다. 상대 남성의 나이가 3~4살 연상임을 감안하면 좋은 신랑감 찾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물속에 떨어진 연꽃 씨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고 있다가, 인연이 닿으면 다시 움터 꽃을 피운다. 연꽃의 연(蓮)과 불가의 연(緣)은 관계가 있어 보인다.

"부처님은 설법할 때 연꽃에 관련된 비유를 많이 했다. 스쳐 지나갈 수도 있던 옷깃을 올이 엉켜 붙도록 서로 끌어안고 비벼대며 함께 살아내야 하는 연, 이를 불가에서는 십이연기(十二緣起)로 다시 나누어 정리하는 연기설(緣起說)이라고 부른다. 결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현상은 무수한 인(因·이유)과 연(緣·조건)이 씨줄과 날줄로 상호 교직되어 일어난다. 독립되어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없다."

-결혼에 성공하면 감사의 인사는 오는가.

"가끔 아이를 데리고 절에 놀러오는 부부가 있는데, 이 아이도 크면 장가 보내달라는 말에 흐뭇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결혼해도 잘 찾아오지 않는다.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웃음) 잘만 살면 고마운 일이지."

-언제 출가했나.

"95년 전남 승주 선암사로 출가했다. 선암사는 태고종 총본산이다."

-30대 중반, 늦은 나이에 출가했다.

"대전음반협회지부장을 하다 병을 만났다.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아팠다. 거의 죽음 문턱까지 갔다. 이때 부처님을 다시 만나니 10일 만에 씻은 듯이 나았다. 그동안 너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왔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할머니와 부모가 사찰주지(스님)였던 탓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불가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스님인 게 너무 불편했다. 산사생활이 싫어 젊은 시절 내내 도회지를 맴돌았다.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다. 노점상, 과일장사, 음반업계 사장, 비디오 대여사업까지 30여 가지의 직업을 전전했다. 한때는 사업이 번창해 운전기사와 보좌관을 두고 세계여행에 나설 정도로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아들 역시 운명처럼 스님이 됐다."

-종교인 간 화합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불교,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7대 종단 성직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7년째 성당과 함께 산사음악회를 열고, 석탄(석가탄신일)과 성탄(크리스마스)도 서로 축하해준다. 종교 간 벽이 없다."

-수시로 교도소, 경찰서, 군부대 등 다양한 곳을 찾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는가.

"때늦은 출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남들이 50년 동안 할 일을 10년 만에 끝내려는 것이다. 포교와 베풂, 계층을 나누지 않는 자비의 삶을 살려고 덜 자고 더 뛴다. 다른 뜻은 없다. 단지 나로 인해 누군가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활동제의가 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굳이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스님은 지금 사는 이곳이 최고의 장소이며, 옆에 있는 사람이 최고의 사랑이라고 했다. 또 인연을 만났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고,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역시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주석을 달면서….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서는 ‘중생’에게 스님은 마치 중매 서듯 나지막이 말했다.
"이 좋은 세상, 절대로 혼자 살지 마시오."
(나는 이미 혼자가 아닌데….)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혜철 스님=충북도 도민홍보대사, 충북도교육청 홍보대사, 2015 괴산세계유기농엑스포 홍보대사, 옥천소방서 명예소방서장, 충청북도 남부출장소 명예출장소장, 옥천군 군정모니터 옥천경찰서 경승실장, 불교공뉴스 신문사 대표이사, 전 청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 전 kcrp 종교평화회의 충청북도 상임대표, 전 옥천불교연합회 회장, 전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등 대사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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