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나재필 편집부국장

땅거미 어스름 내려, 밤이 되면 술집 안은 화나거나, 지친 짐승들로 들끓는다. 불빛은 홍등가처럼 발그스레하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적당한 조도의 술청은 항상 젖어있다. '어린애 같은 어른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술에 화(火)를 섞어 마시며 불특정다수를 향해 욕을 해댄다.

"개차반이야, 개차반…." (개차반은 개가 먹는 똥이다)

"그 개차반이 우리 동네를 개차반으로 만들었어. 글쎄 말여, 믿을 놈 하나도 없다니께. 언놈은 지 혼자 착한 척 다하더니만 돈 처먹고, 언놈은 당선되기 전에는 뭐든지 다해준다고 입방정 떨더니만 요즘엔 입 싹 닦더라고." "그런 위인이 어떻게 지집 하나 꿰차고 애까지 하나 낳았을까." "어허, 허우대는 멀쩡하잖여." "뭔 소리여, 요분질을 끝내주게 한다던디." "이 사람 술 취했구먼. 요분질은 여자가 하는 거여. 알고나 하는 소린감. 무식하긴." "뭐여, 지금 나보고 무식하다고 했어?"

이게 대한민국 장삼이사들의 술판이다. 정치판 싹수가 노랗다며 씩씩 대는 사람, 그래도 그만한 사람 없다면서 끝까지 감싸고 도는 사람, 이도저도 다 싫다며 술잔만 연거푸 들이대는 사람…. 밤이 깊어갈수록 술청은 곤죽이 되며 개차반이 된다.

최근 북한의 ‘개차반’이 회자된다. 어린 나이에 권력을 거머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권좌에 올랐다. 때문에 정치적 동지나 세력이 없고 기반이 사실상 없다. 최근 김정은이 고위급 간부 70명을 고사포로 처형했다. 그것도 군부 서열 2위인 인민무력부장(우리나라 국방부장관 격)까지 죽였다. 말대꾸를 하고 대규모 행사에서 눈을 내리깔고 졸았다는 게 총살의 이유다. 하긴, 고모부 장성택도 박수를 건성으로 치고 태도가 불량하다는 게 숙청의 핑계였다. 재판도 거치지 않고 ‘불충’과 ‘불경죄’라는 죄목으로 사람을 죽이는 건 허약한 권력기반 때문이다.

우리도 국정 2인자였던 (前)총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북한 타령일까. 북한이 머리에 총을 맞고 갑자기 그러는 게 아니다. 원래 그런 놈들이었다. 혹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반공(反共) 이데올로기를 슬쩍 가지고 나온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들은 정국이 시끄러우면 항상 ‘북한카드’를 꺼내든 게 우리 정치다. 대한민국 예비군이 총질을 하던 그 시각, 북한의 총질을 꺼내든 까닭을 모르겠다.

“개차반이야, 개차반….” “총리란 일인지하 만인지상하인디 완전히 개차반 됐어.” “그래도 충청도서 6명이나 총리를 했으니께 그만하면 잘한거여.” “총리하면 뭘혀? 대통령 말씀 대독이나 하고, 얼굴마담 노릇이나 하고, 완전히 동네북인디.” “하긴 그려. 총리 자리는 지나가던 개도 안쳐다본다잖여.” “자꾸 그럴겨? 충청도 사람이 충청도 사람 까면 어쩐댜? 우리가 우리한테 총질하면 경상도, 전라도 사람들이 더 깔본단 말여. 이 무식한 사람들아.” “뭐여, 지금 우리보고 무식하다고 했어?”

이게 요즘 충청도 사람들의 이바구다. ‘모래시계 검사’는 모래시계 구멍(좁은 통로)으로 빨려들어갈 태세고, 목숨까지 걸겠다는 총리는 목숨이 위태롭다. 야당 또한 뭐가 그리 심심한지 지도부와 지도부끼리 ‘공갈포’를 가지고 싸움 중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다.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다. 아직까지 사람이 개를 물지는 않았지만 그건 표면적인 것일뿐 사람이 개를 물고도 남을 세상이다. 독하고 모질게 상대를 깨물면 스타로 뜨는 게 우리 정치다. 진짜 개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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