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 사는 아들 내외가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된 황금연휴를 맞아 집에 들렀다.

가족들과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는데 아뿔싸! 기상청의 예보에 어린이날을 목전에 둔 5월 2일만 날이 맑았다. 그래서 이제 겨우 20개월 된 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지로 선택한 곳이 세종특별자치시 전동면에 위치한 '베어트리파크'다.

베어트리파크는 수십년 간 닫혀있다가 2009년 5월 개방된 작은 공원으로, 찾는 이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자연, 휴식 그대로의 휴식을 제공하는 편안한 쉼터다. 또한 베어트리파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0만여평의 대지에 1000여종 40여만점에 이르는 꽃과 나무, 수백마리의 반달곰과 꽃사슴, 각종 조류와 애완동물들이 가족을 이루고 있다.

돌아보면, 제 일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이 ‘씨 뿌리고 가꾼 일’이 아닌가 합니다. 젊은 시절에도 주말이면 수목원을 찾아 '일구는 즐거움'으로 가꾸기 시작한 이곳이 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풍요로운 터전이 되었습니다. ~중략~

세월의 더께가 쌓이고 정성이 베인 수목원은 더 이상 우리 일가만의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풍요로움을 함께 나누고, 더 많은 아이들이 자연 사랑을 깨닫는 아름다운 공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설립자 송파 이재연님의 인사말에서 알 수 있듯 베어트리파크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고 동물을 사랑한 사람이 일평생 가꾸고 보살핀 개인 수목원으로, 오색연못, 베어트리정원, 애완동물원, 곰동산, 꽃사슴동산, 반달곰동산, 야생화동산, 곰조각공원, 전망대, 잔디광장, 향나무동산, 자혜원, 송파원, 분재원, 만경비원 등이 조화를 이루며 짜임새 있게 조성돼 있다.

높은 깃대가 서있는 주차장에서 게이트하우스 방향을 바라보면 웰컴하우스의 지붕과 향나무, 전망대 주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구에 들어서면 각종 꽃들이 만발한 멋진 정원에 재물운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비단잉어들이 떼를 지어 유영을 하는 오색연못이 맞이한다.

연못 앞 웰컴하우스는 유럽 남부지방 스페인의 낭만적인 건축양식으로 레스토랑, 세미나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색연못 오른편의 자혜원은 수령이 오래된 정원수와 다양한 꽃들이 조화를 이루는 꽃동산으로 설립자의 애정과 안목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향나무동산은 수령 100년이 넘은 향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피톤치드로 피곤에 지친 몸을 치유하는 삼림욕장이다. 웰컴하우스 앞에서 앉아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될 것 같은 신이 내린 나무(대만 편백나무)와 나무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단단한 돌이 된 화석들을 구경할 수 있다.

하우스 뒤편의 베어트리정원은 좌우대칭구조라 입체적 조형미가 아름답고, 아담한 분수와 웅장한 통나무폭포수가 형형색색으로 피어나는 여러 가지 꽃들과 어우러진다. 반달곰동산은 베어트리파크의 상징으로 가슴에 달을 품고 있는 멋쟁이 반달곰들이 낮잠을 즐기거나 장난을 치며 생활하는 공간이다.

애완동물원은 새끼반달곰, 원앙, 공작새, 앵무새 등 사랑스러운 동물들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꽃사슴동산은 예민한 성격에 경계심이 많은 꽃사슴들이 귀를 세운 채 다가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반달곰동산 뒤편으로 가면 예쁜 분수가 물을 내뿜는 연못이 있고 이곳의 언덕에 야생화동산과 전망대가 있다.

야생화동산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야생화로 만든 산책로가 바위틈으로 쏟아지는 물줄기와 어우러져 정겹게 느껴진다. 전망대는 베어트리파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수목원의 멋진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어린 아이들도 좋은 것은 다 안다. 손녀의 발걸음에 맞춰 '걷다, 놀다, 쉬다'를 반복하고 때로는 목말을 태우고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거울과 분수, 호접란의 몽환적인 풍경이 맞이하는 비밀의 화원 만경비원 관람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이곳저곳 다 둘러보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입구까지 왔으니 피곤할 텐데 조금 더 놀다 가잔다. 손녀 덕분에 높은 나무에 올라간 공작을 구경하고, 오색연못과 웰컴하우스가 눈앞에 펼쳐지는 입구의 벤치에서 한참 더 여유를 누렸다.

1만 3000원이라는 입장료가 부담되는 곳이지만 주변에서 이만한 볼거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멋진 풍경 감상하며 편히 쉴 수 있는 쉼터도 많아 서너 시간 여유를 누릴 수 있는 한가한 날 찾아가는 것이 좋다.

(이 글은 5월 7일 작성됐습니다)

변종만 http://blog.daum.net/man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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