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경철수 충북본사 정치경제부장

초등생 딸 아이의 과제물로 다알리아 꽃씨를 뿌린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새싹이 제법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생명이 움트는 입춘을 지나 한 해의 더위가 시작되는 입하가 이틀 전이었다. 새싹도 자라 절기의 옷을 갈아입고 푸르름을 더해 가는 것이다. 이처럼 만물이 생장하고 있는 데 여전히 발아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충북도의 시책이 있다. 그것도 전국대비 ‘4%충북경제 달성’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이 때에 말이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충북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이 모든 지사후보들에게 지역수출기업들을 지원할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유일한 공약으로 제안했고, 후보 중 유일하게 전면수용 입장을 밝혔던 이가 바로 재선에 성공한 이시종 충북지사였다.

하지만,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재선에 성공한 이시종 지사가 민선6기 임기 내에 성과로 낼 수 없는 시책이기에 중장기 검토대상으로 밀렸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민선단체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 준 것이란 비판적인 시각을 내 놓았다. 한마디로 지역사회에 필요여부를 떠나 임기말 공약달성 평가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와 같은 공약은 중장기 검토대상으로 밀어놓고 소나기를 피해 보자는 심사란 것이다.

이는 오송역세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경제단체가 제안했던 가족단위 위락시설인 ‘롯데테마파크’ 건립 또한 마찬가지다. 일단 해당 기업들이 충북투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이유로 충북도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다가 오송컨벤션센터 건립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불리는 카지노가 허용되는 복합리조트 정부공모사업에 충북도가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공식선언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복합리조트 정부공모사업은 항공정비(MRO) 정부지원사업을 놓고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남과 또 한번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한 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충북도는 대규모 민간 투자자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고 말았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문득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란 말이 생각난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란 이 말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현오석 국립외교원 석좌교수가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굳은 의지로 지혜를 모아 나아가자’는 뜻에서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또, 2011년 5월 열린 ‘제3차 미·중 경제전략대회’ 개막 연설에서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인용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던 말이다. 한 번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미리 걱정해 쉽게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충북도에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물론, 삼국지연의에서 이 말을 외치며 필사적으로 도망을 가다 결국 매복하고 있던 관우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된 조조를 보고 ‘봉산개도 우수가교가 매사에 능사는 아니었다’고 보는 이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위기의 순간에 기지(機智)를 발휘해 적벽대전에서 목숨을 빚진 관우의 감성을 자극해 위기를 모면한 조조의 기지만큼은 배울만 하다는 것이다.

팀 코너가 지은 ‘윈-윈 셀’이란 책을 읽다보면 ‘가장 훌륭한 세일즈는 거절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고객의 거절을 통해 대상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이를 해결해 세일즈를 성공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충북 공직자에게 꼭 필요한 말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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