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미 2005년 KTX의 호남분기역이 충북 오송역으로 선정될 당시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천안아산역, 대전역, 오송역이 당시 경쟁을 벌인 결과 오송역으로 선정됐고, 평가 결과에 대해 각 지역이 무조건 수용하기로 미리 합의했던 터라 지금 와서 정치논리 운운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만 문제의 본질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보완 장치 마련에는 크게 배려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뒤늦었지만 KTX 운행 구간의 직접적인 당사자 격인 7개 시도가 일단 합의안을 내놓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할만하다. 그 하나는 내년 수서발 KTX 개통시기에 맞춰 서대전 경유 KTX와 전라선 KTX를 수요에 부응해 증편하는데 공동 노력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서대전~계룡·논산~익산 구간 직선화 사업을 반영하는 것으로 돼 있다. 호남KTX 본선이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는 현행 방식 후유증의 최소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아무리 고속철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지역을 배제한 채 운행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난 2월 5일 운행방식에 대한 국토부의 결정은 졸작이었다. 각 지역의 첨예한 입장까지 얽힌 가운데 어정쩡한 결과물을 내놓고도 방관만하는 태도를 보였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시간 지체 등을 이유로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그토록 반대해왔지만 호남지역 입장이 이번에 바뀐 건 현실적인 측면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고속철이 충청-호남의 교류, 더 나아가서는 유무형의 지역균형 발전을 가로막는다면 그야말로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제야 나온 원론차원의 합의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미세 조율할 대목이 여럿이다. 정부와 협의·반영하기 위해선 단일화된 채널을 구축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겠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